‘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3대 제안 즉각 제도화 촉구’ 서명을 받아온 교사노동조합연맹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명지를 국회에 전달하기에 앞서 국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6만5500여명의 교사가 서명한 3대 요구사항은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정상적인 교육활동 보호받을 수 있는 즉각적인 입법, 수업방해 학생 분리 학교장 보호제도 도입, 학교민원관리시스템 구축 등이다. 연합뉴스
[왜냐면] 유성동 | 금산 신대초 교사·한국교원대 박사과정
학벌 인플레이션 현상의 영향과 정보화 사회를 지나면서 관습과 풍속에 의해 유지됐던 교사 권위는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엔 교사 권리 부재라는 구멍이, ‘추락할 권리조차 있었나’라는 자조가 자리했다. 교사 권리를 보호해줄 어떤 법률적 장치도 없는 상황은 일반 시민과의 법적 권리 격차를 키웠다.
정치적 중립 의무는 교사에게서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와 피선거권을 박탈했다. 2014년 제·개정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과 ‘아동복지법’은 교사를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서 아동학대 가해자의 중심에 위치시켰고, 직위를 지키기 위해 벌벌 기어야 하는 존재로 만들었다. ‘교육공무원법’의 직위해제 조항은 교사의 신분을 위태롭게 하는 기제로 기능하고 있고, ‘교권보호위원회’는 학부모가 불응할 때 강제력이 없는 등 다른 법률과의 비대칭으로 교사 권리 보호에 한계를 갖는다.
이러한 교사의 무권리 상태를 면밀하게 파악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학부모 행태가 악성 민원과 갑질로 표출되고 있다. 모욕과 협박, 부당한 간섭과 수업 방해 등 공포와 불안으로 무력해진 교권을 되살리고 학교 정상화를 이룰 묘책은 뭘까.
단기적으론 당사자인 교사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법령 개정과 정책 수립에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동학대처벌법의 정상화로 교사를 각종 학대로부터 아동을 지켜내는 첨병으로 되돌려야 한다. 교육공무원법상 직위해제 사유의 개선이 필요하며, 교권뿐 아니라 정상적 교육활동이 보호되고 교사의 생활지도권이 인정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학교 대표번호나 누리집을 통한 민원 접수, 학교 민원대응팀 구축, 시도 교권보호위원회의 적극적 개입, 교권 침해에 대한 관리자 신고의무 부여, 아동학대 신고 사안 발생 즉시 교육청 소속 변호사의 법률적 조력, 신고자의 고소 내용의 허위가 명백한 경우 교육청이 무고 및 공무집행방해 고발 의무 가질 것 등 교사 권리 보호를 위한 실질적 변화가 요구된다.
중·장기적으론 교사 시민성 회복, 학교 교육활동의 특수성이 반영된 교육정책 수립, 그리고 교육주체 간 신뢰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 일반 시민만큼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 교직의 특수성이 배제된 교원 성과급제 폐기, 학교 교육공동체의 한 축인 학부모를 교육·돌봄 서비스의 ‘진상 고객, 민원제기자’로 전락시킨 업무 떠넘기기와 책무성 기조의 포기, 교사를 교육 전문가가 아닌 업무 실행자로만 여기는 교육 당국의 인식 전환 등이다.
법적 권리의 불균형은 모두를 불행케 한다. 모두의 인권이 소중하며 존중돼야 함은 기본이며, 학교는 이러한 기본을 교육하는 거의 유일한 기관이다. 교사의 법적 권리 미비 해소와 교육활동 보호를 통한 교권 회복은 학교 역할의 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