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연 ‘교육공무직 악성 민원 욕받이로 내모는 교육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김현미 | 전남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수료·초등돌봄교사
‘교권 회복’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최근 특수·유아교육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젊은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진심으로 추모하며,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활동과 권리가 존중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현재 ‘교권 회복’ 논의에서 배제된 노동 영역이 학교 내부에 엄연히 존재한다. 바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학교 안에는 초·중등교육법에 의해 교원으로 정의된 여러 교사 말고도 학생들을 지도하고 교육하는 다양한 ‘선생님’들이 상대적 소수자로서 존재한다. 초등돌봄교사, 방과후학교 강사, 특수교육실무사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학생들을 직간접적으로 지도하고 관리하며 학부모들과도 상시적 연락체계를 갖추며 상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재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는 학생과 학부모의 언어, 신체적 폭력과 악성 민원 등이 동일한 양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학교 내부에서 교원보다 낮은 위치로 인해 보호받지 못하고 ‘문제 돼서 좋을 게 없다’며 오히려 교감, 교장 등 학교 관리자로부터 학부모에게 사과할 것을 강요받기도 한다. 특히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학교의 평가가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어쩔 수 없이 정당한 권리마저 포기해야 할 때가 많다. 이로 인한 절망감은 교사의 그것과 절대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심할 때가 많다. 그런데도 이들은 현재의 ‘교권 회복’ 논의 과정에서 아예 배제되고 있다. 이들의 신분과 활동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노동은 학생들의 학습과 정서,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행위다. 또한 노동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협 행위에 대해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할 수 있는 권리의 제도화는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의 주요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인식 전환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학교에서 노동의 가치와 권리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거리에서 집회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이를 데리고 지나가는 부모로부터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되니 열심히 해야 돼’라는 황당한 말을 종종 듣는다. 비정규직은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해야 한다는 무서운 편견은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고 학교도 다르지 않다. 학교의 인식 전환과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학생이 노동의 가치를 경험하고 학부모 역시 간접경험과 재교육을 통해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동의 가치를 배우는 교육의 공간이자 노동자의 권리가 실현되는 실천의 장소로서 학교가 필요한 이유다.
지금까지는 학교 안에 존재하는 교육활동과 노동의 분리라는 이분법적 사고와 조직체계 때문에 과감한 연대는 이뤄질 수 없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원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계를 넘어
동료로서 서로를 위로하고 노동의 가치와 권리까지 논의를 확장해가며 함께 ‘노동 존중 학교’로 한발 내디딜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