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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중대재해법 2년 미루자니…기업에 잘못된 신호 줄 수 있다

등록 2023-09-26 09:00수정 2023-09-26 09:13

지난 1월26일 서울 종로구 4·16연대 강당에서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인 김훈(앞줄 왼쪽 둘째) 작가가 산재·재난 유족들과 함께 정부·재계의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를 비판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 1월26일 서울 종로구 4·16연대 강당에서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인 김훈(앞줄 왼쪽 둘째) 작가가 산재·재난 유족들과 함께 정부·재계의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를 비판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왜냐면] 임영섭 | 재단법인 피플 미래일터연구원장·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 공동대표

지난 9월7일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2024년 1월27일로 예정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준비 부족, 전문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이 있으니 2년을 더 유예하자는 게 골자다.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이미 3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소규모 사업장의 어려움을 감안해 준비 기간을 부여한 것이다. 그 동안 정부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무료 컨설팅, 각종 매뉴얼 보급, 교육 및 안내 등 많은 지원 사업을 벌였다. 법 준수 의지가 있는 기업들에게 대비할 시간과 지원받을 기회가 있었다는 얘기다.

준비 기간이 주어졌음에도 준비가 안 됐다는 이유로 법 적용을 다시 유예하는 것은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노동자의 생명을 타협할 수 있는 가치로, 안전관리를 생산이나 품질관리보다 후순위의 가치로 여기는 시대착오적 생각을 품게 한다. 충실하게 준비해온 기업에게는 허탈함과 규범에 대한 신뢰 저하를, 태만한 기업에게는 버티면 된다는 허황된 믿음을 초래한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무료로 지원하는데도 컨설팅받을 업체를 발굴하기가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

준비가 부족한 업체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앞으로 법 시행까지 4개월이 남았다.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은 대규모 사업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순한 면이 있다. 작업내용이 단순하고 투입하는 인력과 설비가 적기 때문이다. 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 확보 조치에 최선을 다해 준비하면 대비가 가능하다.

준비 과정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다면 이러한 부분에 한해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보건 전문인력의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일시적으로 전문인력의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현재 시행 중인 교육을 통한 전문인력 공급을 확대할 수도 있다. 이런 대책으로도 해결이 안 된다면 이 부분에 한정해서 법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을 고려함직 하다.

산업재해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80%가 넘게 발생한다. 가장 위험도가 큰 작업장이다.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과 이에 대한 감독이 가장 시급한 곳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2년을 더 유예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법 준수 의지가 없는 기업이 2년 뒤에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출지 보장할 수도 없다. 정치권은 전면적인 시행 유예 시도로 혼선을 초래하기보다 기업이 법 준수 의지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도록 독려하고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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