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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메가시티’ 아닌 ‘메가리전’…도시간 흐름·연계에 초점 맞춰야

등록 2023-12-04 15:06수정 2023-12-05 15:15

지난달 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고양시의 서울 편입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고양시의 서울 편입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김재훈 | 대구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하는 ‘메가 서울’안을 제시해 국민적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은 구리시, 남양주시, 고양시 등 다른 지역들로 확대하고 있다. 현 정부의 대선 공약이면서 대통령이 수차례 시행을 확약했던 공공기관의 2차 이전이 이른바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년)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에서 불거진 논란이란 점에서 비수도권이 느끼는 허탈감과 배신감이 더욱더 크다 할 수 있다. 무릇 국가의 정책과 제도 변경이 이렇게 손쉽게 거론할 수 있는지, 그 배경이 무엇인지는 여기에서는 논의로 둔다. 다만 이 논란에 대해 전문가의 다양한 찬반 의견조차 대부분 ‘메가 시티’론을 전제로 하고, 200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 등에서의 정책과 방대한 연구들을 참고하지 않고 있어 전면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함을 제기한다.

과거 1980년대 세계화의 심화·확대와 함께 신자유주의가 위세를 떨칠 때 국가가 무력해지고 도시가 중요해졌다는, 그래서 국가의 경쟁력은 곧 도시의 경쟁력이란 시각이 확산할 때가 있었다. 그 경쟁력은 도시의 규모가 뒷받침한다는 관점에서 이동성이 높은 다국적 자본의 유치를 위해 도시들이 경쟁적으로 세금 감면, 염가의 토지를 제공하는 ‘바닥으로의 무한경쟁’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그 거대도시의 확장이 외곽의 난개발로 이어지고, 길어지는 통근 거리는 에너지 과소비로 지속가능한 발전과는 배치하며 결국 주민의 삶의 질이 피폐화한다는 자각이 있었고, 도시 간 경쟁은 기업의 경쟁과 다른 점도 인식하게 됐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는 중소도시의 성장률과 인구 증가율이 거대도시를 능가하게 된 반면 오히려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나이지리아 등 중후진국에서 거대도시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그런데 요즘 아직도 거대도시의 여러 부정적 측면을 인정하더라도 효율성 측면에서 역시 규모의 경제 효과는 어쩔 수 없다는 전문가의 논평을 많이 접한다. 인구가 많으면 그만큼 노동력 풀(pool)이 형성돼 기업의 구인 측면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며, 기업은 다양한 협력업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해석한다. 즉 지리적 근접성이 주는 (외부)효과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발달한 정보통신기술이 생산과 생활 속에 뿌리를 내리면서 2000년대 이후에는 기업의 입지 선택이 훨씬 자유롭게 됐다는 실증 연구가 많다. 오히려 거대도시에서 근접성의 효과는 약 8㎞ 수준에 머물고 도시 크기가 지나치면 근접성의 효과, 사회적 자본은 파편화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지리적 근접성의 효과 외에 인지적 근접성, 조직적 근접성, 제도적 근접성, 일시적 근접성 등 다양한 근접성의 효과들을 주목하고 있다. 또 생활 면에서도 학교, 의료시설, 도서관, 문화시설 등을 웬만큼 누릴 수 있는 인문적 편의시설(어메니티)에다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데 따라 누릴 수 있는 자연적 편의시설(어메니티)까지 모두 갖춘 중소도시를 삶의 질 면에서 주목하고 있다. 심지어 거대도시(메트로폴리스) 시대의 종언을 선언할 정도로 메가 시티에 대한 관점이 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1999년 유럽연합(EU)과 가입국 장관들이 발표한 ‘공간 개발 관점’에서 특정 대도시의 확장이 아니라 여러 도시가 공존, 상생협력하는 다중심의 도시지역 체계를 발전시키기로 하면서 8개의 ‘메가(시티) 리전’ 발전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곧 경쟁력이며, 도시 간 소모적 경쟁이 아니라 다중심의 도시 간 협력체계인 ‘메가 리전’(혹은 도시 지역)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각 도시가 자족기능을 강화하는 가운데 도시의 규모와 그에 따른 위계구조가 아니라 도시 간 흐름과 연계가 중요하다 해서 대도시와 중소도시, 도시와 농촌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도시정책의 기본 골격을 제안해온 지역계획협회에서 2006년 미국을 10개 메가 리전 중심으로 발전시킬 것을 제안하는 ‘아메리카 2050’을 발표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메가 시티가 아니라 메가 리전이며, 대선 공약 사항인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서두르는 것이다. 공공기관 이전은 우리나라만의 정책이 아니며 영국, 프랑스, 스웨덴, 일본 등 여러 선진국에서 1990년대 이후 시행해온 정책이다. 발전의 잠재력이 약한 후진국의 초기 근대화가 그렇듯 중소도시에는 특히 공공부문의 역할과 존재가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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