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지난 18일 감찰실장 명의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했고,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중이라고 한다. 표 전 교수는 지난 9일 한 신문에 기고한 ‘풍전등화 국정원’이란 글에서 “무능화·무력화”에 빠진 현재의 국정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인지, 이명박 정부 들어서 국가기관(국정원·국세청 등)이 그들에게 비판적 의사표현을 한 국민을 고소·고발하는 미증유의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한데, 국가기관은 명예훼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와 헌법학계의 법해석의 지배적인 견해다. 이명박 정부 초기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국정원의 불법사찰 의혹을 제기했다가 국정원으로부터 피소를 당한 일이 있는데, 당시 법원은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지는 수범자이지 기본권을 누릴 수 있는 주체는 아니며, 국가기관의 업무는 국민들의 광범위한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국가는 이를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도 헌법재판소 판례 등을 근거로 ‘국가기관은 개인적 명예를 가진 것이 아니므로 명예훼손의 피해자로서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유권해석한 바 있다.
그럼에도 국정원이 표 전 교수를 고소하고,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것은 무슨 의도인가? 표 전 교수를 괴롭혀 차후에 비판적 견해를 밝힐 수 없도록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는가?
이제라도 국정원은 그 고소를 취하하고 표 전 교수에게 사과해야 하며, 검찰은 제대로 수사할 거리도 되지 않는 사건을 수사하는 데 수사력을 낭비하지 말고 고소 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사건인 만큼 각하함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표 전 교수가 국정원 고소사건을 접한 뒤 트위터에 남긴 말처럼 죄가 있으면 명예훼손으로 (표 전 교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도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국정원 관계자를 무고로 처벌하는 일도양단의 처분을 하여야 할 것이지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사건을 종결지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야만 국가나 국가기관이 국민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악습이 개선되는 계기가 되지 않겠는가.
김영원 인제대 법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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