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제일 뒤처진 꼴찌부터 잡아먹는다. 마찬가지로 경제위기도 사회의 최하층 사람부터 희생시킨다. 이것이야말로 ‘인간 안전보장’이 왜 자유를 위한 도구로서 중요한가를, 또 사회적 안전망의 정비가 왜 발전 그 자체를 위해 꼭 필요한가를 알려준다.” 아시아 최초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쿠마르 센은 <센코노믹스>에서 국가가 지향해야 할 철학으로 ‘인간 안전보장’을 제시했다.
며칠 전 통계청에서 상위 20%의 소득배율이 하위 20%의 5배가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하고, 하위 20%의 부채 상승률이 25%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었다. 전셋값이 64주째 상승중이다. 누구도 미친 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공공요금·등록금·대출이자, 모두 서민의 등골을 빼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박근혜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내자마자 ‘유리지갑’ 직장인과 중소상공인들이 들고일어났다. 시간제 일자리도 좋은 일자리라고 하자 청년들도 일어났고, 기초연금 공약을 사실상 파기하자 어르신들이 들고일어났다. 보육 공약도 파기되고, 지방 공약도 파기되었다. 거의 모든 민생 공약과 경제민주화 공약이 파기되거나 실종되었다. 민생파탄으로 인간 안전보장이 사라지고 있다.
국민은 박근혜 정부가 민생만 바라보고 갈 줄 알았다. 선거 때 적대감을 해소하고 민생을 위해 대통합의 정치를 할 줄 알고 기대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시기 공작정치의 공신들만 바라보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민생무능을 종북몰이 공안통치로 덮으려 하고 있다. 민생의 위기와 민주주의의 위기가 중첩되어 몰상식의 비정상국가로 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명박 5년, 박근혜 5년은 퇴행의 10년이자 암흑의 10년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가 민생이고 민생이 민주주의다. 민주주의가 없으면 99%의 목소리보다 1% 특권층의 목소리만 들릴 것이다. 민주주의 없이는 ‘을’을 살릴 수 없고 서민과 중산층에게 내일의 희망이 없게 된다. 민생을 살리기 위해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지난 대선은 그야말로 국가기관이 총동원돼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 헌정질서를 유린한 사태다.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양심들로부터 진실 규명과 정권 퇴진 요구가 터져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의 주장처럼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이 사법적 최종판단에 이르지 않았고, 사회적으로 공유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정권 퇴진 요구가 지나치다는 판단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주장하는 우리 사회의 양심세력에 종북 딱지를 붙이고, 최고권력자가 “용납하지 않겠다”고 겁박하는 것은 빨갱이 사냥에 굶주린 공안통들에게 양심세력의 생명을 내맡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종북몰이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되돌릴 수 없다. 쓰러진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헌정유린 행위는 마땅히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특검을 통해 반드시 법의 심판대 위에 올려져야 한다. 박근혜 정권이 암흑의 10년으로 퇴행하지 않고 민생혁신으로 돌아올 유일한 길은 특검뿐이다. 박근혜 정권은 종북몰이를 당장 중단하고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
원혜영 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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