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ㅣ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대표
직종, 경력을 떠나 산업 전반에서 코로나19로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모두가 힘드니 내가 살아야겠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덜 힘들어지는 상생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나도 필요하지만 더 필요한 사람에게 마스크를 양보하는 것, 나도 장사가 안되지만 더 필요한 사람에게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는 것, 나도 당장 돈이 아쉽지만 더 힘든 사람을 위해 임대료를 감면하는 것 모두 눈앞의 내 이익보다 상생을 택하는 모습이다. 이는 개인의 영웅적인 희생이기도 하지만, 고통을 분담하여 사회가 무너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결국 그에게도 이익이 되는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기회로 내 이익만을 추구하는 집단도 분명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그렇다. 4월7일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변호사업계가 매우 어려워졌다며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000명 선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변호사업계가 정말 힘들까? 그렇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모두 힘든 것처럼 당장 의뢰가 없으니 변호사업계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곧 끝이 날 것이다. 그러니 한시적 금융지원으로 서로 고통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자영업자들처럼 변호사업계도 어려움이 있다면 소상공인들에게 제공하는 금융지원을 통해 지금의 힘든 상황을 이겨나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 코로나19로 변호사업계가 지금 힘들다는 사실은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줄여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재미있게도 변호사업계는 늘 힘들다. 변호사 만나보기도 힘들던 1980년대에도 힘들었고, 아이엠에프(IMF) 시절에도 힘들었으며, 변호사 1000명을 겨우 뽑던 2000년대 초·중반에도 힘들었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에도 힘들었고, 코로나19가 퍼지고도 힘들다. 그들의 쉬지 않는 ‘우는소리’에 국민은 한두번의 송사에도 기둥뿌리가 흔들린다. 노무현 정부가 변호사를 대량으로 양성하면 국민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로스쿨을 만들었지만, 변호사업계의 우는소리에 연간 배출되는 변호사 수는 1500명 선에서 멈춰 있다. 여전히 국민은 송사라도 해볼까 하면 혹시라도 집이 무너질까 기둥부터 두드려봐야 한다.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아이엠에프 시절에 그러했듯 법률 서비스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벌써부터 임대료 감액 청구 소송을 부추기는 등 기회를 틈타 변호사 영업도 늘어나고 있다. 당장 내일 굶을 걱정을 해야 하는 국민들과 달리, 싸움만 붙이면 수익이 발생하는 변호사업계엔 지금이 도리어 기회다.
그러니 정부가 정말 걱정해야 하는 것은 여전히 송사 한번에 기둥뿌리 뽑힐까 공포에 떠는 국민이지 늘 우는소리를 하는 변호사업계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누군가는 새로 발생한 채권 또는 묵혀둔 채권을 추심하거나, 또 다른 누군가는 도저히 채무를 변제하지 못해 회생 신청을 하거나 파산하는 등 소송은 수없이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이 아닌 변호사업계를 걱정하며 변호사 수를 통제한다면, 그 이유가 변호사 배출 숫자를 결정하는 대통령도, 법무부 장관도 결국은 변호사이기 때문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기회에 더 크게 울어 잇속을 채워보자는 것이 비단 법조계의 문제만은 아니다. 장기 휴원 상태가 지속되자 몇몇 유치원은 국가에서 지급하는 유치원 교사의 월급 일부를 돌려받았다고 한다. 몇몇 회사는 이번이 기회인 양 직원을 해고하고 있다. 지금 당장 힘들다고 하여 내가 아닌 남의 희생을 강요해서야 되겠는가? 모두가 힘들지만 더 힘든 사람은 있는 법이다.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살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