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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봉현의 저널리즘책무실] “현장에 가봤어?”

등록 2021-07-21 12:18수정 2021-10-15 11:21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지난달 말 사퇴한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2017년 매입해 보유하고 있던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의 토지. 도로가 바로 앞에서 끊겨 건축이 가능하지 않은 ‘맹지’이지만, 주변의 개발 상황 등을 면밀히 고려해 투자한 흔적이 보인다. 일부 언론은 이 땅에 가본 뒤 임야 일부가 대지로 형질 변경돼 있고, 이곳에 빈 컨테이너 하나를 두고 상가라고 재산 등록해 투기 의혹을 벗어나려 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위성지도 갈무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지난달 말 사퇴한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2017년 매입해 보유하고 있던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의 토지. 도로가 바로 앞에서 끊겨 건축이 가능하지 않은 ‘맹지’이지만, 주변의 개발 상황 등을 면밀히 고려해 투자한 흔적이 보인다. 일부 언론은 이 땅에 가본 뒤 임야 일부가 대지로 형질 변경돼 있고, 이곳에 빈 컨테이너 하나를 두고 상가라고 재산 등록해 투기 의혹을 벗어나려 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위성지도 갈무리

이봉현 ㅣ 저널리즘책무실장(언론학 박사)

뉴스의 힘은 현장에서 나온다. <한겨레>를 오래 보아온 지인이 최근 “요즘 한겨레를 보면 2%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들어보니 뉴스에서 현장감이 덜 느껴진다는 말이었다. 울고 웃는 사람을 통해 뉴스를 풀어낼 때 가치든 정책이든 실감이 나고 독자의 공감도 커진다. 다른 언론을 함께 살펴보니 요 근래 한겨레에서 읽지 못한 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완화될 듯하던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되레 최고 수위로 올라갔다. 손님을 더 받을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가졌던 소상공인들은 ‘주었다 뺏는’ 듯한 느낌까지 더해져 낙담이 더 컸을 법하다. 1년 반 동안 무던히 참아내던 이들이 14일 밤 서울 시내에서 차를 몰고 나와 시위를 했다. “자영업자도 국민입니다. 살려주십시오”, “정부는 우리와 대화조차 하고 있지 않다”는 게 시위 현장의 목소리였다고 한다. 한국 사회가 방역의 고삐를 바짝 조이면서 빚어지는 이런 현장의 모습을 한겨레가 더 자세히 들여다봤으면 좋았을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440원(5.0%) 오른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됐다. 시간당 1만원을 목표로 의욕적으로 올리며 출발했으나 5년간 인상률은 이전 박근혜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나마도 성과라고 해야 할까? 카페, 편의점 등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일을 하는 20대들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꽤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시급이 오르면 저축할래요”란 희망을 표시한다. 반면 소규모 자영업을 하는 이들은 “거리두기 엎친 데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 장사를 접고 싶어”라거나, “(알바생 줄이려) 소주·맥주 자판기까지 들여놓아야 하나” 하는 심정을 밝힌다. 한겨레가 최저임금 인상을 건조한 숫자가 아니라 당사자의 목소리로 풀어주면 독자들에게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갔을 것이다.

뉴스의 중심인 장소에 가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한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2017년 매입했다는 경기 광주시 송정동의 ‘맹지’는 어떤 곳일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직접 찾아간 기자들이 있다. 현장에 가보면 빈 컨테이너 하나 놓고 상가로 위장해서 신고했다거나, 주민들이 “(그 땅에) 빌라 더 들어설 것으로 공공연하게 예측됐다”고 증언하는 등 뭔가 이야기가 나오게 마련이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등과 얽힌 가짜 수산업자 김아무개란 사람이 누구이며 어떻게 유력 인사에게 접근했을까? 우선은 그의 주변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일부 언론사는 김씨가 수산업체 주소지로 등록한 곳을 직접 찾아가, 어릴 때 살던 집이거나 공터나 다름없는 곳이어서 실체가 없음을 사진을 곁들여 보여주기도 했다. 한겨레에 그런 기사가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물론 작업자가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된 쿠팡 물류센터들을 찾아간 기사(‘쿠팡 물류센터는 ‘철판 열돔’…“열사병으로 쓰러질 판”’)처럼 한겨레가 찾아가는 현장도 많다. 거기에 그치지 말고 조금 더 현장성을 높여달라는 것이 독자의 주문일 것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기자들의 현장 취재에 많은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다. 다뤄야 할 이슈는 많고 취재 인력은 항상 부족한 것이 뉴스룸의 사정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늘 한발 더 현장에 다가가려 한 것이 한겨레였다. “현장에 가봤어?”란 질문은 기자의 힘겨운 숙명이지만, 빛나는 자부심이기도 하다.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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