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개설된 ‘사무장 병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부당 청구해 빼내 간 요양급여액이 지난 11년 동안 누적 3조원에 이른다.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사무장 병원이 허위·부당 청구한 요양급여에 대해 건보공단이 환수를 결정한 금액이 올해의 경우 6월까지만 1276억원이다. 2010년 80억8천만원이던 것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10~2021년 누적 금액은 무려 2조9945억원에 이른다. 적발된 불법 의료기관 수는 1453개이다.
그러나 실제 환수되는 액수는 미미하다. 지난 11년 동안 1609억원으로, 환수율은 5.4%에 그친다. 2조8336억원이 여전히 환수되지 않고 있다.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가 범죄자들의 배를 불리는 데 쓰여도 속수무책인 셈이다.(건보공단 ‘사무장 병원 연도별 요양급여 환수 결정 및 징수 현황’)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미자격자가 의료인을 고용해 개설하는 사무장 병원은 과다 처방, 과밀 병상 등으로 환자들의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에도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다. 단속을 담당하는 건보공단은 수사권이 없고 경찰 등 수사기관도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법망이 느슨해져 불법 의료기관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아무개(74)씨가 바로 이 사무장 병원을 개설·운영한 혐의로 지난 7월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건보공단에 부당 청구해 받아간 금액은 22억9천만원에 이른다. 건보공단은 당연히 환수에 나섰다. 지난해 말 최씨가 기소되자 12월 말과 올해 2월 두차례에 걸쳐 환수 결정을 통보했다. 그런데 최씨가 첫 통보를 받은 직후인 올해 1월 외손주들에게 20억원 안팎의 부동산 지분을 증여한 것으로 드러나 환수를 회피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최근 ‘건보료 폭탄론’을 들고나왔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 체계 변경으로 보험료가 오르게 된 일부 고액 자산 가입자의 불만을 부추기며 건보 제도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무책임한 행태다. 장모가 건보 재정을 편취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환수 회피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윤 후보의 건강보험 흔들기는 더욱 말문을 막히게 한다.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