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을 불법 개설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부정 수급한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지난 7월2일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아무개(74)씨가 의료법 위반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에서 요양급여비용 환수 결정을 처음 통보받은 직후인 올해 1월 20대 외손주 두명에게 시가 20억원 안팎의 부동산 지분을 증여한 사실이 21일 확인됐다. 건보공단의 환수 과정에서 이뤄질 부동산 압류를 피하기 위해 증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추가 환수 결정 통보는 부동산을 증여한 지 11일 만에 이뤄져 지난 7월 최씨 부동산에 대한 압류 때, 외손주에게 증여된 토지는 제외됐다.
최씨는 2013년 2월 승은의료재단 명의로 경기도 파주시에 ㅁ요양병원을 개설한 뒤 2013년 3월부터 2015년 5월까지 건보공단에서 24억5천여만원의 요양급여비용을 받았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최씨가 의료법을 위반해 ㅁ요양병원을 불법개설·운영했다고 보고 모두 32억4139만여원을 추징하겠다고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두차례에 걸쳐 통보했다. 요양병원 자체가 불법으로 개설됐기에 건보공단이 지급한 요양급여비용과 환자들이 낸 본인부담금 등을 모두 부당이익금으로 본 것이다. 의정부지법은 지난 7월 ㅁ요양병원 개설·운영과 관련한 의료법 위반과 사기 혐의를 인정해 최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보공단에서 받은 공문을 보면, 최씨에게 첫 통보가 간 것은 지난해 12월29일이다. 당시 건보공단은 2013년 3월20일부터 5월6일까지 한달 보름가량 지급한 요양급여비용 8681만여원을 환수하겠다고 최씨에게 통보했다. 이어 올해 2월2일에는 나머지 기간인 2013년 5월10일부터 2015년 5월13일까지 지급한 31억5458만여원을 환수하겠다고 추가 통보했다. 건보공단이 두차례에 나눠 환수 결정을 통보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 장모 최아무개씨가 지난 1월22일 20대 외손자 2명에게 20억원 규모의 대지 지분을 증여한 내용이 담긴 부동산 등기부등본 일부.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최씨는 건보공단의 첫 환수 결정 통보를 받은 지 한달도 지나지 않은 올해 1월22일, 경기도 양평읍의 땅을 큰딸의 자녀인 24살과 26살 외손주에게 증여했다. 최씨가 증여한 땅은 큰딸 김아무개씨와 함께 2005년 사들인 양평읍의 674㎡ 대지 중 자신의 지분인 337㎡(약 102평)이다. 공시지가로 계산해도 6억원이 넘고 현재 시세는 2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해당 토지와 유사하게) 도로를 접한 근처 땅이 1㎡당 700만원에 팔렸다. 도로가 곧 확장될 예정이라 부동산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업자는 “1㎡당 500만원 정도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지분의 시세는 약 17억~23억원 수준으로 보인다.
최씨가 건보공단의 압류와 환수를 피하기 위해 재산을 증여한 것이라면 처벌 대상이 된다. 형법의 강제집행면탈죄는 고의로 재산의 소유 명의를 바꿔 채권자에게 해를 끼쳤을 경우, 징역 3년 이하의 처벌을 하도록 규정한다. 특별수사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다른 재산으로 환수 금액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는지 등을 따져봐야겠지만, 시점 등으로만 봤을 땐 압류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게 사실”이라며 “압류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재산을 증여했다면 사해행위로 인정돼 증여가 취소될 수 있다. 형사처벌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지난 7월 최씨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건보공단은 최씨의 서울 송파구 아파트와 경기도 일대 부동산 등을 압류했다. 하지만 최씨가 외손주에게 증여한 땅은 소유주가 바뀌어 압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 윤석열 대선 후보 장모 최아무개씨의 양평 땅 20대 외손주 증여 관련 일지
2020년 11월24일 의정부지검, ㅁ요양병원 관련 최씨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
12월29일 건보공단, 요양급여비용 8681만여원 환수 통보(2013년 3월20일~5월6일 지급분)
2021년 1월22일 최씨, 경기 양평군 소재 3개 필지 지분(337㎡) 큰딸 자녀 2명에게 증여(시가 20억원 추정)
2월1일 증여 사실 등기부등본 등재
2월2일 건보공단, 요양급여비용 31억5458만여원 추가 환수 통보(2013년 5월10일~2015년 5월13일 지급분)
7월2일 의정부지법, 의료법 위반 등 인정해 최씨에게 징역 3년 선고 뒤 법정 구속
7월16일 건보공단, 최씨 서울 송파구 아파트·경기도 일대 부동산 압류
대선 후보의 가족이 20대 외손주에게 20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부동산 자산을 증여한 것 자체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을 통한 ‘부의 대물림’이기 때문이다. 증여세 납부 과정도 의문이다. 일반적으로 1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증여했을 때 증여세는 2억2천만원 가까이 나온다. 20대가 쉽게 마련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다만 증여한 땅은 다른 부동산과 함께 2016년부터 18억3500만원의 가압류가 걸려 있어, 실제 증여세 규모는 적을 수 있다.
윤 후보 쪽은 압류 회피 목적이 없었으며 증여세는 정상적으로 납부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 캠프 관계자는 “(건보)공단이 통보한 금액을 상회하는 부동산이 7월에 이미 압류됐다. (증여가) 압류를 회피하려는 목적이었다면 다른 부동산들도 증여하지 않았겠느냐. 증여세도 납부했다. 요양병원 사건은 유무죄를 다투고 있어 무죄가 선고될 경우, 압류 신청 등은 기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 4월 서울행정법원에 건보공단의 환수 결정과 관련해 부당이득 환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배지현 정환봉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