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해 10월28일 화상을 통해 회사명을 ‘메타’로 바꿨다고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뉴노멀-헬로, 블록체인] 김병철 |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
“2022년 신년 계획에서 메타버스가 안 들어간 곳이 없다.” 새해 사업계획서를 써야 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도는 우스갯소리라고 한다. 신년사 몇개만 검색해봐도 사례는 넘쳐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메타버스 등 5대 유망 신산업분야 기반 구축 등을 위해 전방위 지원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강원도지사, 충남교육감, 삼성서울병원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강원대 총장도 신년사에서 메타버스를 언급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이라는 용어가 주로 사용됐던 것 같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면서 메타버스 붐은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를 거론하는 사람이 늘지만, 무엇인지 설명해주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마크 저커버그도 명쾌하게 설명하지 않는 메타버스는 대체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을 접목한 가상세계로 이해된다. 일상생활의 노동·여가를 게임 속 가상공간에서 하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사례로 드는 이들도 있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불리는 서비스를 살펴보자. 한국·미국 초등학생들에게 대인기인 로블록스는 2006년, 마인크래프트는 2011년에 출시됐다. 무려 16년 전에 나온 게임이다. 아이폰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이다. ‘메타버스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었던 걸까? 실체는 없지만 그럴싸해 보이는 ‘마케팅 용어’라는 비판도 많다. 영미 유명 게임매체 <피시게이머>는 “메타버스는 헛소리다. 왜냐면 이미 존재하고 있고, 우리는 그걸 인터넷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미국 테크매체 <와이어드>는 “메타버스는 ‘더 커진’ 빅테크”라며 실리콘밸리의 힘을 키우기 위한 ‘리브랜딩’이라고 했다.
최근 메타버스처럼 활용되는 ‘마법의 용어’ 중에는 대체불가능토큰(NFT·엔에프티), 웹3(web3.0)도 있다. 엔에프티는 디지털 파일의 권리증서다. 미술작품의 원본 인증서라고 비유할 수 있는데, 디지털에선 복제가 쉽기 때문에 사실 작품을 산다기보다 이 인증서를 사는 개념에 더 가깝다. ‘대체불가능’이라는 이름과 ‘블록체인은 위변조가 어렵다’는 설명만 들으면 오해하기 쉽다.
요즘 가장 논쟁적인 용어는 웹3이다. 이를 주창하는 미국 유명 벤처캐피털(VC)인 앤드리슨 호로위츠는 1980~2000년대는 웹1.0 시대, 구글 등 빅테크가 장악한 지금이 웹2.0 시대, 그리고 이제 웹3.0 시대가 열리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웹3에선 서비스 이용자가 참가자로 변해 가상자산(코인)으로 보상을 받으며 가상세계를 함께 만들어간다. ‘프로토콜 경제’ 혹은 ‘코인 경제’라고도 불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금 이야기되는 웹3은 마케팅 용어로 보인다”며 “누구 웹3을 본 사람이 있나? 나는 못 찾겠다”고 했다.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는 한발 더 나아가 “영리기업의 목적을 지녔으면서 탈중앙화라는 용어 뒤에 의중을 숨기고 있다”고 웹3을 비판했다. 그러나 웹3은 블록체인 업계에서 앞으로 더 자주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기업 메사리는 향후 암호화폐라는 용어는 웹3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봤다. 처음 듣는 사람도 이해하기 쉽고 규제당국도 거부감을 덜 느낄 것이라는 분석이다.
메타버스, 엔에프티, 웹3 모두 나름 추구하는 미래 비전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개념이 정립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중이 쉽게 경험해볼 수 있는 실사례가 부족하다. 그걸 빨리 만드는 게 새 용어를 만들어 이전 세대와 차별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해 보인다. 우리는 벌써 5차, 6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내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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