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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언론미디어 정책을 기대하며

등록 2022-02-08 18:04수정 2022-02-09 02:30

[최선영의 미디어전망대]

지난 1월 <미디어오늘>의 ‘문재인 정부 언론미디어 공약 절반 이상 이행 안돼’라는 기사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보도 제작 편성의 자율성 확보, 독립적인 수신료위원회 설치 등 문재인 대통령의 언론개혁 주요 공약 이행은 거의 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약속은 왜 지켜지지 않았을까? 이 매체는 신년 사설에서 그 이유를 명쾌하게 제시했다. “언론개혁 의제가 제자리에 멈춰 있다면 그것은 대통령의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언론인들이 처절하게 싸우지 않았기 때문이고 스스로를 혁신할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개혁의 주체는 언론이고 그 대상도 언론”이라는 것.

언론개혁은 주체의 의지로부터 출발해야 하는 일이다. 합법적·점진적 절차를 밟아 구체제를 고쳐나가되 제도 일부를 사회 발전에 적합하도록 수정하는 과정으로서의 ‘개혁’은 전면적 변혁이나 혁명이 아님에도 레거시 미디어의 저항이 크고 견고하다. 그러나 글로벌 오티티(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라는 새로운 서비스의 보편적 이용이 증가하면서 표현 형식이나 개인의 미디어 참여 및 향유도 변화해 미디어 지형의 본질적인 속성이 크게 달라졌다. 레거시 미디어의 붕괴와 몰락을 방지하지 위해서라도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언론미디어 개혁은 왜 공론장이 아닌 그들만의 리그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제도 개혁을 위해 꾸려지는 협의체, 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등 수많은 논의 구조의 출범 소식은 쉽게 접해도, 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개선하고자 노력했는지, 마무리 활동과 결말은 어떠했는지 알고자 해도 알기 어렵다. 예컨대 지난달 19일 무려 8차 회의를 한 국회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의 의제는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여야 공방으로 소위원회 구성은 결렬되었고, ‘미디어 거버넌스 개선’과 ‘미디어 신뢰도 개선’ 분과를 현업인 자문위원회로 구성한다고 한다. 느리게 점진적으로 변화를 꾀하는 민주적 의결 절차로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관계자끼리 옥상옥의 공회전이 아닐까 냉소하게 된다.

정책 논의 과정의 낯섦은 또 있다. 언젠가부터 유행인 정부 부처의 ‘연구반’은 시민사회와 논의 과정을 공유하기보다는 비밀결사대처럼 활동한다. 설령 연구보고서가 공개되더라도 피피티(PPT) 자료로 배포하는 일이 흔하다. 황급히 만든 정책제안서를 마주할 때 난감한 게 누군가에게 규제이지만 누군가에겐 진흥인 아이러니한 사안도 있다. 제도 개혁에 대한 철학과 당위가 부재한 채 이해관계자 중심의 단발성 제도 개선으로 대응하다보니 과정은 관행화되고, 개혁의 본질보다 이해관계자 요구에 맞는 파편화된 논의만 잔향으로 남는 게 아닐까.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과 어카운터빌리티>의 저자 정수영 박사는 언론미디어 정책은 무릇 미디어 책무성의 이행 주체와 대상을 규정하고 사회적 공적 책임의 목적과 내용, 이행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평가받는 절차와 규범 정립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원론적이고 고리타분한 전제가 아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언론미디어 정책 철학을 가져본 적도 논의해본 적도 없다.

공론화 과정이 없으니 대선 후보자들의 언론미디어 공약 발표가 더디게 느껴진다. 시장행위자, 사업자, 이해관계자 중심의 정책보다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공익을 위한 투명한 언론미디어 공약과 정책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최선영 |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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