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이재명과 박수영의 업무추진비

등록 2022-02-23 04:59수정 2022-02-23 17:09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전국 프리즘] 김기성
수도권데스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쪽의 경기지사 시절 업무추진비 사용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핵심은 업무추진비의 사적 사용이다. 또 업무추진비가 매달 고정적으로 현금으로 지출돼 또 다른 의혹까지 더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하루 9차례 법인카드를 결제했다”고 폭로했고, 이준석 대표는 “어떻게 법인카드로 하루에 9번씩 밥을 먹느냐. 세금 도둑이다”라며 이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한다.

이런 의혹을 집요하게 제기하며 ‘이재명 저격수’로 나선 이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부산 남구갑)이다. 그는 경기도 경제투자실장과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김문수·남경필 지사 시절인 2013년 4월~2015년 9월 경기도 행정1부지사를 지낸 인물이다. 경기도 살림살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훤히 아는 ‘빠꼼이’다. 이 때문에 박 의원이 던지는 의혹은 ‘믿을 수밖에 없는 사실’로 들린다. 또한, 연일 의혹 해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그는 ‘이재명과는 사뭇 다른 인물’이란 ‘신뢰의 프레임’도 짜졌다.

그래서 박 의원이 ‘경기도 넘버투’였을 때 업무추진비를 어떻게 썼나 훑어봤다. 경기도청 누리집에 공개된 자료를 보면, 부지사로 재임하던 2년5개월7일 동안 그가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1263건에 4억1891만9650원이다. 박 의원 역시 하루에 업무추진비를 2~3번 쓴 것은 기본이고, 4번이 40건, 5번이 21건, 6번이 14건이다. 하루 7번 업무추진비를 쓴 날이 나흘이었고, 9번 집행이 한차례, 10번 집행이 두차례 있었다.

더욱이나 박 의원이 이 후보를 맹비난한 ‘수상한’ 현금성 지출도 있었다. 그는 경기도 부지사 시절 매달 공무원 급여일(20일) 전후로 20만~30만원씩 일정 금액을 반복적으로 빼갔다. 26차례 730만원이다. 집행 대상자는 ‘총무과’와 ‘운전원’으로 특정돼 있다. 이런 현금 지출은 경조사비를 포함해 모두 5190만원에 이른다. 현금 지출은 업무추진비 사용지침에 따르면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박 의원과 국민의힘이 이 후보에게 던진 의혹의 시선을 그대로 적용하면 이 또한 ‘수상한 현금 흐름’ 아닌가.

앞서 박 의원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이재명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업무추진비로 1억4천만원 정도를 현금으로 집행했다. 해당 업무추진비는 매월 20일을 전후해 150만원씩 동일한 액수가 출금됐고, 품의서상 명목은 ‘수행직원 격려’였다”며 “이는 운전기사 월급으로 사용됐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리해보면, 박 의원 역시 그가 비판한 ‘이재명처럼’ 매달 같은 날짜에 수차례 업무추진비를 집행했고, 경기도 부지사 재직 기간 내내 ‘정기적·반복적’ 현금성 지출도 했다. 근무 시기와 액수만 차이가 있지 ‘경기도 넘버원과 넘버투’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은 본질에서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업무추진비는 투명하게 운용·공개되고 검증받아야 한다. 또한, 사적 용도로 썼다면 범죄행위다. 의혹을 받는 이 후보 쪽은 ‘터무니없는 음해’라고만 되뇌지 말고, 밝힐 수 있는 만큼 모두 당당하게 밝히고 문제가 있으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면 된다. 대신 의혹을 제기하는 박 의원은 이 후보에게 들이댄 잣대를 자신에게도 그대로 들이대야 하지 않을까.

공교롭게도 이 글을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20일 박 의원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는 “제가 경기도 행정1부지사 시절에 사용한 업무추진비 내역을 분석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중략) (이재명 캠프와 민주당이) 제가 공개한 자료에 대해 반박하지 못하니 (저의) 흠을 찾느라 바쁜 모양이다. 전형적인 좌파의 모습”이라고 썼다. 그의 말대로라면 박 의원의 과거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뒤적거린 나는 좌파다.

그렇다면 똑같은 행위를 한 자신의 과거에는 눈감으면서, 남에게는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는 박 의원의 태도는 ‘전형적인 우파의 모습’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player0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배울만큼 배웠을 그들, 어쩌다 ‘윤석열 수호대’가 되었나 [1월7일 뉴스뷰리핑] 1.

배울만큼 배웠을 그들, 어쩌다 ‘윤석열 수호대’가 되었나 [1월7일 뉴스뷰리핑]

달려야 한다, 나이 들어 엉덩이 처지기 싫으면 [강석기의 과학풍경] 2.

달려야 한다, 나이 들어 엉덩이 처지기 싫으면 [강석기의 과학풍경]

비상계엄 환영했던 부끄러운 과거 반복하려는가 [아침햇발] 3.

비상계엄 환영했던 부끄러운 과거 반복하려는가 [아침햇발]

[사설] 최상목, 말로는 ‘국정 안정’, 행동은 ‘최대 리스크’ 방치 4.

[사설] 최상목, 말로는 ‘국정 안정’, 행동은 ‘최대 리스크’ 방치

[사설] ‘법 집행 무력화’ 놔두고 어떻게 ‘국정 안정’ 가능한가 5.

[사설] ‘법 집행 무력화’ 놔두고 어떻게 ‘국정 안정’ 가능한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