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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우크라이나 전쟁의 희생자들

등록 2022-03-17 17:58수정 2022-03-18 13:57

[코즈모폴리턴] 조기원 | 국제뉴스팀장

지난 1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세르히 키슬리차 우크라이나 유엔 주재 대사가 태블릿 컴퓨터를 꺼내 참석자들에게 보여주며 발언을 했다. 태블릿 컴퓨터 화면에는 산모 한 명이 누워 있고 남편으로 보이는 남성이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이 보였다. 키슬리차 대사는 “좋은 뉴스를 공유하고 싶다”며 “(산모인) 마리아나 비셰히르스카야가 어젯밤 건강한 딸을 출산했다. 이름은 ‘베로니카’다”라고 말했다.

키슬리차 대사가 이 산모의 소식을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도중에 전한 데는 이유가 있다. 산모인 마리아나는 러시아군이 지난 9일 우크라이나 남동부 도시 마리우폴에 있는 산부인과를 폭격하자 급히 대피했다. 만삭의 몸으로 얼굴에 피를 흘린 채 대피하는 모습의 사진이 <에이피>(AP) 통신을 통해 보도되자, 영국 주재 러시아대사관이 사진 속 여성은 임신하지도 않았고 연기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또 대사관은 사진 속 병원은 운영되지 않았고 대신 우크라이나군과 극단주의자, 네오나치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위터는 이후 이 글을 삭제했다. 키슬리차 대사는 러시아의 이런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마리아나의 이후 사진과 함께 출산 소식을 전했다.

마리아나와 달리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다. 9일 폭격을 당했던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에서 만삭의 몸으로 들것에 실려 옮겨진 다른 산모와 태아는 숨졌다. 러시아 폭격 이후 병원이 혼란에 빠져 의료진은 숨진 여성의 이름을 확인하지 못했다. <에이피> 통신은 숨진 산모와 마리아나 그리고 또다른 임신부의 모습을 전했다. 또다른 임신부는 폭격으로 발가락 일부를 잃었으나 아이는 무사히 출산했다.

러시아 정부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이처럼 임신부와 아기를 포함한 민간인의 피해가 그치지 않고 있다. 임신부들은 러시아군의 공습을 피해 지하철역과 병원 지하실 등에 대피하다가 출산을 하는 경우가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유엔은 16일 기준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민간인이 최소 726명 숨졌는데 이 중 104명이 여성이고 52명이 아동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집계된 숫자이고 실제로는 민간인 희생자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마리우폴과 하르키우에서만 민간인 2300~2800명이 숨졌다고 우크라이나 쪽은 주장한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군인보다 민간인 희생자가 많다고 11일 말한 바 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15일 기준으로 우크라이나 어린이 150만명 이상이 전쟁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떠나고 있다며 1초에 1명꼴로 아동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를 “특별 군사작전”이라 하고 러시아군은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의 현실은 역시 이와 다르다는 것이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에 쏟아붓고 있는 미사일 상당수가 민간인 주거지역에 떨어지고 있고, 한순간에 부서진 집 앞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거나 다친 민간인들의 모습이 연일 전해지고 있다. 러시아 군인도 러시아군의 집계로 한정해도 498명이 이미 목숨을 잃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러시아 정부는 피말리는 평화협상을 벌이고 있다. 전쟁을 멈춰 무고한 사람들 그리고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기원한다.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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