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즈모폴리턴] 조기원 | 국제뉴스팀장
미얀마 소수민족 반군인 미얀마민족민주연합군(MNDAA)이 최근 미얀마군을 몰아내고 샨주 북쪽 코캉자치구 중심 도시인 라우카이를 차지했다. 1948년 미얀마 독립 이후 정부군이 소수민족 반군에 이렇게 크게 패배하기는 처음이다. 이 사태는 2021년 2월1일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사정권의 향방을 가를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라우카이는 2009년까지 ‘코캉의 왕’으로 불렸던 이 지역 군벌 펑자성의 거점이었다. 중국 윈난성과 맞대고 있는 코캉자치구 주민 가운데는 중국에 뿌리를 둔 한족들이 많다. 펑도 한족 출신으로 버마공산당에 가담했다가, 1989년 독립해 미얀마민족민주연합군을 만들었다. 같은해 펑은 군부와 휴전협정을 맺고 코캉 지역을 자치구로 만들어 실질적으로 통치했다. 코캉 최대도시 라우카이는 마약과 카지노 산업 등으로 악명을 떨쳤다.
2009년 휴전은 깨졌고 군부는 코캉 지역에 공세를 가했다. 당시 공세를 이끈 이가 2021년 쿠데타로 권력을 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다. 미얀마민족민주연합군 2인자였던 바이쒀청 일파가 펑에게 등을 돌려 미얀마 국경수비대의 일부가 됐고, 바이는 코캉의 새 권력자가 됐다.
미얀마민족민주연합군은 중국에서 세를 키우며 기회를 엿봤다. 펑은 2022년 2월 91살로 숨졌는데 코캉 남쪽 몽라에서 열린 장례식에는 민 아웅 흘라잉이 보낸 사절이 조문하는 등 그 세력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그리고 지난해 10월27일 펑자성의 아들인 펑다순이 이끄는 미얀마민족민주연합군과 타아웅(타앙)민족해방군(TNLA), 아라칸군대(AA)가 결성한 ‘3형제 동맹’이 미얀마 동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미얀마군을 공격하는 ‘1027작전’을 개시했다.
1027작전에는 중국 국경지대 온라인 사기(보이스피싱) 창궐에 대한 중국의 불만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라우카이 등에서 벌어진 온라인 사기로 중국인들이 피해를 봐 중국 정부가 단속을 요구했지만, 미얀마 군부는 미온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코캉 지역 온라인 사기와 관련해 주요 인물 10명을 수배했는데, 미얀마 군부에 협력했던 바이가 여기에 포함됐다.
3형제 동맹은 1027작전을 시작하며 낸 성명에서, 시민 생명 보호 및 미얀마 군사정권에 대한 대항과 함께 중국 접경 지역에 만연한 온라인 사기 집단과의 투쟁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미얀마민족민주연합군의 라우카이 점령에는 이처럼 코캉 지역과 관련한 이권과 오랜 분쟁의 역사가 얽혀 있다.
2021년 미얀마 쿠데타 이후 미얀마 민주화 진영이 만든 무장조직 시민방위군(PDF)은 1027작전을 계기로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연합해 전국 곳곳에서 미얀마군에 공세를 가하고 있다. 시민방위군이 소수민족 무장단체들과 연합해 얼마나 더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따라 쿠데타 4년째로 접어드는 미얀마의 미래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