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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선정적 뉴스와 악플의 악순환, 이대론 안된다

등록 2022-03-22 18:15수정 2022-03-23 02:30

[최선영의 미디어전망대]

최선영 |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한국리서치가 2월에 발표한 뉴스기사 댓글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온라인에서 뉴스를 읽을 때 댓글도 같이 읽는다는 응답이 88%나 되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댓글을 읽는다고 응답했고, 일부러 댓글이 많은 뉴스를 찾거나 골라서 읽는다는 응답도 많았다. 뉴스 기사 댓글이 생각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도 55%로 높았는데, 댓글을 읽으며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는 불쾌감, 부정적 감정을 경험한다는 응답이 높았다. 특히 ‘댓글이 생산적인 토론문화를 만든다’(21%)보다 ‘제대로 토론이 되지 않는다’(46%)는 응답이 높았고, ‘댓글을 통해 여러 생각이 모여 화합이 이루어진다’(19%)보다 ‘갈등이 커진다’(46%)는 응답도 높았다. 그런데도 공감순 정렬로 보여주는 ‘베플’ 기능 폐지 반대 의견이 53%나 되었다. 악플 방지를 위한 인터넷 실명제 도입 찬성에 대한 응답은 63%였지만 2020년 80%였던 응답률에 비해 많이 낮아졌다. 다소 모순된 조사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대선 양강구도라는 정치적 변수와 조사 시기가 응답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짐작할 수 있다.

대선 기간 내내 정치 뉴스 기사의 댓글은 그야말로 댓망진창(댓글이 엉망진창이란 뜻)이었다. 욕설, 혐오, 차별적 표현, 불쾌한 표현 등의 악플이 선점과 동시에 순식간에 몇천개 추천과 공감을 받는 걸 실시간으로 목격할 수 있었다. 공감 수로 선점한 악플은 포털에 신고해도 잘 사라지지 않았다. 악플로 내 소중한 시간이 휘발되고 기분 상하는 동안, 언론사는 비슷한 뉴스를 또다시 생산하고 댓글은 또다시 달리고 있었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부터 언론사가 ‘개별 기사 단위’로 댓글 제공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언론사에 댓글 노출 순서와 기본 정렬값을 설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네이버는 “투명하고 사용자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명시했지만 진정으로 사용자 편의를 고려한다면 악플을 근본적으로 관리하고 뿌리 뽑는 서비스를 제공했어야 한다.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 언론사들이 ‘디지털 대응’이라는 명목 아래 온라인 뉴스팀이나 자회사를 꾸려 선정적인 뉴스를 생산하고 댓글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2021년 네이버 콘텐츠 제휴 입점사 73곳의 모바일 편집판 랭킹카테고리에 포함된 1~20위 뉴스 제목과 페이지뷰, 송고일을 수집해 분석한 <기자협회보>와 한겨레 미디어전략실의 조사 결과, 중앙일보, 한국경제, 조선일보, 매일경제 등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매체들의 공통점은 온라인 대응을 적극 펼치고 있다는 것. 조선일보의 ‘조선NS’, 중앙일보의 ‘EYE24’ 등이 대표적인 디지털 뉴스 조직이다. 이들이 생산하는 디지털 뉴스 기사는 단순히 속보를 내고 트래픽을 올리던 과거의 방식에서 진화해 기사 제목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사용자를 유인한다. 기사 제목이 선정적일수록, 실명을 언급해 갈등을 부각할수록, 메신저를 공격할수록 기사 댓글과 공감 수가 활성화된다. 한술 더 떠 언론사 픽(Pick)이 되면 더 잘 노출된다.

감정적 악플로 대립을 조장하는 뉴스 기사가 너무 많다. 통합과 화합이 필요한 시기에 댓글 서비스가 사회적 갈등과 혐오를 부추기는 도구로 활용되어선 안 된다. 포털이 언론에 책임을 넘기는 방식으로 악플을 방조해 분노와 갈등을 심화시킨 대가로 치르게 될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다. 나라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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