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 헬로, 블록체인]
박근모 코인데스크 코리아 부편집장
크립토 겨울이다. 진짜 크립토 겨울이다. 코인 투자자 사이에서 긴 한숨이 나온다. 국내외 코인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비트코인은 6만6000달러를 넘나들며 연일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게 이제 기억도 안 날 지경이다.
올해 초 하락장이 시작될 때만 해도 모두 “설마 진짜 겨울이 오겠어?”라며 크립토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면서도 애써 외면했다.
잠깐, 크립토 겨울은 뭘까? 쉽게 말해 크립토 겨울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전년 최고점 대비 최소 50% 이상 하락세가 6개월 이상 이어지는 장기 하락장을 말한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크립토 겨울을 좀 더 복잡한 수식으로 계산한다. 크립토 겨울을 알기 위한 첫 단계는 비트코인의 시장가치와 실현가치의 차이를 구한다. 시장가치는 현재 비트코인 가격과 유통량을 곱한 개념이다. 쉽게 말해 상장기업의 시가총액과 유사하다. 실현가치는 실제 거래가 된 비트코인만을 대상으로 거래 당시 가격에 거래량을 곱해서 계산한다.
마지막으로 여기서 나오는 통계값을 표준편차로 나누어 산출한 값으로 크립토 겨울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이 값이 6.9 이상이면 비트코인이 고평가받는 상황이며 0.1 이하면 극도의 저평가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는 0.1 이하의 저평가 상태를 ‘크립토 겨울’이라고 한다. 6월13일 기준 시장가치-실현가치 표준편차가 0.1 이하로 내려앉았으며, 현재(7월22일) 0.09로 분명한 크립토 겨울에 들어섰다. 체감이 아닌 데이터상으로도 명백히 크립토 겨울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크립토 겨울이 처음은 아니라는 데 있다. 첫번째 크립토 겨울은 2011년 9월에 발생해 약 8개월간 이어졌다. 이때는 가상자산 시장 초창기로, 해킹 사건·사고가 빈번했다. 대표적으로 당시 일본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마운트곡스는 2011년 6월께 거래소 관리 비밀번호를 도난당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탈취당했다.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으나, 당시 마운트곡스는 전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80%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사건으로 비트코인은 23달러에서 2달러대로 90% 가까이 하락했다.
두번째 크립토 겨울도 해킹 사고가 시작이었다. 2014년 2월 마운트곡스는 85만여개의 비트코인을 탈취당했다. 현재 시가로 24조500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이 사건으로 마운트곡스는 파산했으며, 비트코인은 1100달러에서 175달러대로 85%가량 폭락하며 크립토 겨울이 시작됐다.
세번째 크립토 겨울은 2018년 11월 찾아왔다. 2015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긴축재정을 시작하며 기준금리를 0.25%에서 2.5%까지 여덟차례에 걸쳐 올렸다. 거시경제가 흔들리자 비트코인도 2만달러에서 3000달러로 약 80% 하락했다.
그리고 이번이 네번째 크립토 겨울이다. 이번 크립토 겨울은 지난겨울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인해 폭발한 유동성 공급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유발됐다.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비트코인 가격은 6만6000달러에서 2만달러로 내려앉았다. 고점 대비 69%가량 하락한 셈이다.
과거 크립토 겨울이 올 때마다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은 격변의 시기를 맞이했다. 가상자산공개(ICO), 거대 거래소 등장, 가상자산 파생상품 시장과 실물경제의 결합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그 단계마다 알짜배기만 살아남아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다들 크립토 겨울을 두려워하면서도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추운 겨울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봄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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