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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청년 정치, 이대로 퇴장? [슬기로운 기자생활]

등록 2022-08-25 17:53수정 2022-09-01 13:58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6월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왼쪽)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6월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왼쪽)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슬기로운 기자생활] 선담은 | 정치팀 기자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했던 본인도 결국 구조적 차별에 의해 쫓겨나게 된 거죠. ‘어린 놈’이니까….”

얼마 전에 만난 야당의 한 청년 정치인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강제 해임’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징계 처분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맞지만, 만약 그가 중년의 다선 국회의원이었다면 결과는 좀 달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청년 정치인은 이른바 ‘젠더 갈등’을 부추겨온 이 전 대표에게 비판적이었지만, 그럼에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갈등 끝에 이 전 대표가 대표직을 내놓게 된 일련의 과정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6·1 지방선거가 끝난 뒤 운신의 폭이 좁아진 청년 정치인은 이 전 대표만이 아니다. 지난달 초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던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적 보유 기간이 짧아 ‘자격 미달’로 출마가 무산되면서 뉴스에서도 사라졌다. 그보다 앞서 이재명 의원이 6·1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자신에게 공천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그를 지지했던 20, 30대 여성들 가운데 이 의원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이 대거 등을 돌렸다. 요즘 80일 동안의 비대위 활동 소회를 담은 책을 쓰고 있다는데, 그 책이 나온다고 세상 사람들이 다시 ‘불꽃대장’(박 전 비대위원장은 디지털 성범죄 ‘엔(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 대표였다)에게 눈길을 줄지 모르겠다.

정의당에선 오는 31일부터 비례대표 의원 5명의 사퇴 권고 여부를 놓고 당원 총투표를 진행한다. 비례대표 의원들의 사퇴를 통해 당의 노선을 재정립하는 동력을 얻으려는 취지라지만, 일각에선 페미니즘 의제를 강조한 류호정·장혜영 의원 퇴진을 겨냥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2년 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때 조문을 거부하고,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폭력 문제를 제기한 두 청년 정치인에 대한 반감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세 당 청년 정치인들의 위기를 바라보는 30대 기자의 마음은 좀 복잡하다. 이들 모두 여의도 정치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기대를 모았다. 2030 표심을 잡아야 하는 선거를 앞두고는 당의 ‘혁신’이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얼굴로 불려 다니며 박수를 받았다. 그런데 내후년 총선 때까지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지금, 이들은 ‘용도폐기’된 모양새다. 필요할 때만 부품을 갈아 끼우듯 새로 뽑고, 또 버려지는 계약직 청년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혹자는 이 전 대표의 경우는 젠더 갈라치기를 하고, 장애인들의 이동권 시위를 비판했던 사례를 들어 지금의 상황은 자업자득이라고 한다. 아주 틀린 평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회에서 만나는 여당 의원들이 이 전 대표를 못마땅해하는 이유로 젠더나 장애인 관련 문제를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싸가지 없는 태도’ 때문에 더는 볼 수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청년 정치인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청년 정치의 개념 자체가 불분명하다’ ‘지금과 같은 인재영입 대신 내부 육성이 필요하다’ 같은 목소리들이 나오지만, 이들 청년 정치인들이 현실 정치에 무관심했던 청년층에 일정 부분이나마 정치의 효능감을 줬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지 않을까. 또 검증 없는 깜짝쇼 영입이라고 비판하지만, 정작 이들을 정치권으로 호출한 건 기성 정치권이었다. 그렇다면 이른바 ‘이준석식 정치’ ‘개념을 알 수 없는 청년 정치’를 못마땅해하기 전에 기성 정치가 놓치고 있던 게 무엇인지부터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정당에서마다 애물단지가 된 듯한 청년 정치인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청년 정치의 미숙함을 탓하는 이들이 내후년 총선 때 ‘청년인재 영입 깜짝쇼’를 또 반복하는 것은 아닐까. 이준석이든 박지현이든 이들의 퇴장을 개인의 실패로만 치부하기엔 입맛이 쓰기에 여러 생각이 떠오른다.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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