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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슬기로운 기자생활] 나의 뱃살은 누구의 책임인가

등록 2024-01-18 19:09

클립아트코리아

 

임재희 | 인구복지팀 기자

요즈음 한국에서 ‘30대 남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질병 가운데 하나가 ‘비만’이다. 질병관리청의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30대 남성 55.7%가 비만이었다. 성인 남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나 또한 30대에 접어들면서 비만과 눈치 싸움에 들어갔다.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일 때 비만으로 보는데, 아쉽게도 키는 더 자라지 않지만 무게는 대책 없이 늘어난다. 20대 때 정상(18.5~23㎏/㎡)이었던 체질량지수가 30대가 되더니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30대 중반을 통과한 지난해 공식적으로 비만 구간에 접어들어, 30대 남성 ‘다수파’에 속하게 됐다.

비만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는 냉혹했다. 앞선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전하는 기사에서 30대는 물론 40대(53.6%)와 50대(49.7%) 남성도 2명 중 1명이 비만이라는 기사에는 “헬스장 가라” “관리 좀 해라” “헬스장 가라, 돼지들아. 살 빼자”(이 댓글엔 “나는 돼지로 죽겠다”는 반박성 댓글이 이어졌다) 같은 댓글이 달렸다.

그래도 2023년의 나는 할 말이 있었다. 태어나 처음 동네 헬스장에서 개인 트레이닝을 받았고, 3개월가량 트레이닝 기간이 끝난 뒤에는 다시 3개월 더 헬스장에 드나들었다. 하반기에는 동네 요가학원에도 등록해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나이 탓만 할 순 없어 비만을 비롯해 건강검진 모든 항목에서 ‘정상’ 평가를 받은 2021년의 나를 떠올려봤다. 헬스장 근처도 가지 않았던 그때의 나는 서울시가 아닌 세종시에 살고 있었다. 집에서 출입처인 정부세종청사까지는 자동차로 10분 거리였는데, 걸어서 출퇴근하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서울로 온 뒤로는 여건이 많이 달라졌다. 가까운 출입처 기자실까지도 대중교통으로 50분이 걸린다. 당연히 걷는 시간보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출근 시간이 늘어나니 집을 나서는 시간도 앞당겨져 아침 식사를 거르는 날도 늘었다. 예전과 달리 운동할 결심을 하고 실제 노력도 했지만, 나를 둘러싼 생활 속 움직임 환경은 악화했던 셈이다.

사실 비만 인구 증가는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2022년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비만 전문의인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교수(가정의학)는 “지금이 비만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당장 한국인이 미국·유럽보다 날씬해도 지금처럼 늘면 10~20년 뒤엔 전세계 평균을 웃돌 거란 전망이었다. 여기엔 서구식으로 변한 식단과 잦은 음주 등 여러 문화적 요인이 영향을 끼쳤으리라.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대한비만학회가 펴낸 ‘2019 한국 비만 팩트시트’를 보면, 노동시간이 주당 80시간 이상 노동자의 비만 유병률은 38.9%로 40시간 미만 노동자(31.4%)보다 7.5%포인트 높았다. 연구진은 장시간 노동이 좋은 식생활과 적절한 운동을 위한 노력을 방해하고, 만성 스트레스와 수면 습관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노동, 생활환경도 비만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인이란 얘기다. 대한민국 비만화에 브레이크를 걸려면, 개인의 게으름을 탓하기에 앞서 비만에 취약한 생활환경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그건 그거고, 나는 오늘 퇴근 뒤 요가학원을 찾을 예정이다.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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