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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헬로, 블록체인] 크립토 겨울에 찾아온 2018년 데자뷔

등록 2022-08-28 18:17수정 2022-09-15 23:57

비들 아시아에 참석한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왼쪽)와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2022(KBW2022) 행사 모습. 출처=크립토서울, 팩트블록
비들 아시아에 참석한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왼쪽)와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2022(KBW2022) 행사 모습. 출처=크립토서울, 팩트블록

[뉴노멀-헬로, 블록체인] 박근모 | 코인데스크코리아 부편집장

한여름을 알리는 8월은 축제의 계절이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거리두기’라는 제약이 사라지자 한순간에 불이 붙는 것처럼 갖가지 블록체인 행사가 이어졌다. 크립토 겨울을 이야기하지만, 축제에 절로 흥이 난다. 특히 팬데믹으로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외국에서도 멀리서 바라만 봤던 업계의 유명 인사들이 한국을 찾아오니, 업계에서 ‘이게 바로 블록체인이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여기서 ‘이게 바로 블록체인’이라는 말의 뜻은 뭘까. 블록체인의 시작을 알린 비트코인의 탄생 이념처럼 사회제도화한 모든 것을 부정하는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 ‘사이퍼펑크’(암호기술을 활용한 사회 저항 운동)를 의미하는 걸까? 아니면 오랜만에 열리는 오프라인 행사에 따른 들뜸을 표현한 걸까.

갑자기 한줄기 서늘함이 느껴진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언젠가 본 모습이 떠올랐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보자. 2017년부터 2018년은 가상자산공개가 붐을 이뤘던 시기다. 가상자산공개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자금을 모으는 것을 말한다. 흔히 기업이 외부 투자자로부터 주식을 팔아 자금을 모으는 기업공개(IPO)와 기능적으로 유사해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2015년 비트코인을 투자금으로 받아 이를 밑거름으로 이더리움 개발에 성공한 뒤로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초기 개발비를 가상자산공개로 마련하는 게 유행처럼 퍼졌다.

특히 프로젝트 소개서라고 할 수 있는 백서(white paper)만으로도 손쉽게 투자금을 받게 되자, 그럴듯하게 꾸민 백서로 가상자산공개를 하는 곳도 넘쳐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가상자산공개를 하기만 하면 투자자가 서로 투자하겠다고 달려들었다. 그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었다. 가상자산공개에 참여하면, 해당 프로젝트에서 제공하는 ‘코인’을 받는데 하루만 자고 나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니 ‘안 하면 바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게 바로 2017~2018년 불(Bull)장과 함께 온 가상자산공개 붐이다.

기업공개까지 말하지 않더라도 전통 금융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투자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 힘들게 투자받았더라도 그 규모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넘기기 쉽지 않다. 하지만 가상자산공개를 하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은 우습게 투자를 받았다. 그러다 보니 다들 이 돈을 어떻게 썼겠는가.

가상자산공개가 절정을 이루면서 쉽게 돈을 모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개발에 쓰기보다 ‘코인’ 가격을 올리기 위한 마케팅에만 경쟁적으로 돈을 쏟아부었다. 자신들의 코인 가격이 올라야 더 많은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간단한 계산에서 나온 결과다.

당시 매일 저녁 서울 전역의 호텔에서는 ‘블록체인 밋업’이라는 이름으로 행사가 열렸고, 강남과 홍대 인근의 클럽과 유흥주점에서는 새벽까지 술파티가 이어졌다. 누가 돈을 내는지는 알 필요가 없었다. 매일 밤 모두가 모여서 놀고 먹고, ‘이게 바로 블록체인이지’를 외쳤다.

하지만 상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새 크립토 겨울은 다가왔고, 코인 가격은 폭락했다. 가상자산공개를 통해 코인으로 투자받았던 프로젝트들은 순식간에 자금이 말랐다. 블록체인을 개발할 돈이 사라지자, 흥청망청 돈을 뿌려댔던 프로젝트도 대부분 조용히 사라졌다.

이번 8월의 블록체인 축제 기간도 비슷했다. 공식적으로 서울 전역에서 줄잡아 100개 넘는 파티가 열렸다. 대형 행사장과 클럽을 대여했고, 파티에서는 “새벽까지 즐기자”는 제안도 이어졌다. 심지어 어떤 비공식 파티장에서는 ‘도박판’도 열렸다. 이 돈은 다 어디서 난 걸까. 2022년에 2018년의 데자뷔가 느껴진다.

mo@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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