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 겨울에 열리는 2022 피파 월드컵. 김재욱 화백
2022 피파(국제축구연맹) 월드컵이 오는 20일 카타르에서 개막한다. 1930년 창설 이래 스물두번째인 이번 대회는 사상 처음으로 겨울철(11월20일~12월18일)에 열린다.
앞서 스물한번의 월드컵은 여름에 치러졌다. 각국 에이스들이 뛰는 유럽축구 일정이 5월에 끝난 뒤 다음 시즌이 시작되는 8월 이전 휴식기에 열렸다. 반면 이번 대회는 시즌이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도중 개최된다. 선수들이 경기 감각을 한창 끌어올렸을 때 열린다는 장점이 있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4년의 노력이 무산될 위험도 크다. 여름 월드컵과 달리 치료와 회복에 필요한 시간 여유가 없어서다. 더욱이 월드컵 기간의 공백을 메꾸려고 각국 리그가 경기 일정을 무리하게 재조정하면서 선수들이 혹사당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마침 손흥민 선수가 소속팀 경기에서 안면 골절상을 입어 출전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손 선수 말고도 티모 베르너(독일), 라파엘 바란·응골로 캉테·폴 포그바(프랑스), 디오구 조타(포르투갈), 리스 제임스·벤 칠웰(잉글랜드), 사디오 마네(세네갈), 로멜루 루카쿠(벨기에) 등 각국 대표팀의 간판선수들이 부상을 당해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피파는 선수들을 소처럼 취급한다”(캐러거 <비비시> 축구 해설가), “(시즌 도중 열리는) 미친 월드컵”(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 클로프 리버풀 감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겨울 월드컵은 개최지를 카타르로 정해놓고 조건을 꿰맞춘 결과다. 한낮 기온이 40도를 넘는 카타르의 6~7월은 대회 개최가 어렵다. 물론 막대한 ‘오일 머니’ 앞에 불가능은 없었다. 개최지 선정을 둘러싼 피파 간부들의 수백만달러 수뢰설이 2014년 터지고, 이듬해 그 여파로 5선을 노리던 제프 블라터 피파 회장이 사퇴하는 등 파문이 일었지만 개최국은 바뀌지 않았다. 경기장 등 대규모 공사에 투입된 외국인 노동자 6500명 이상이 숨져 ‘피의 월드컵’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그럼에도 월드컵은 열린다. 1992년생인 손흥민이 세번째 출전하는 대회다. 박지성, 안정환과 같이 3골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역대 득점 공동 1위인 손 선수가 출전할 수 있을지, 에이치(H)조(포르투갈·우루과이·가나)에 속한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할지 관심을 모은다.
강희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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