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 제(齊)나라의 선왕은 관악기의 일종인 생황 연주를 좋아했다. 그는 특히 합주를 좋아해서 매번 3백 명의 악사에게 연주하게 하였다. 많은 악사 중에 ‘남곽’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생황을 전혀 불 줄 몰랐는데, 많은 악사에 섞여 마치 ‘립싱크’를 하듯 번번이 연주 흉내만 내면서 몇 해 동안 후한 대접을 받으며 지냈다.
선왕이 죽고 즉위한 민왕도 생황 연주를 좋아했다. 그는 독주를 좋아해서 악사들을 하나씩 불러 연주하게 했다. 그러자 남곽은 자신의 실력이 들통날 것이 두려워 생황을 버리고 도망갔다. 실력이 없는 자가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비유한 ‘남우충수’(濫竽充數)라는 말이 있다. 우리 주변에도 남곽 같은 자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악기 연주가 아닌 사람의 생명을 결정할 위치에 있다면 어떨까? 남곽 같은 자가 어른거리는 대한민국. 날은 차고 해는 기우는데 스스로 돌봐야 하는 서민들의 삶은 고달픔만 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