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 중계방송이나 관련 콘텐츠들에서 부쩍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있다. 역사상 최고(Greatest Of All Time)의 축구 선수가 누구인지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이른바 ‘고트’(GOAT) 논쟁이다.
대략 2007년 이후 지금껏 이 논쟁은 이른바 ‘메호대전’의 동의어로 쓰였다. 메시(35·아르헨티나)와 호날두(37·포르투갈) 중 누가 고트냐는 것이다.
둘은 명실공히 축구계의 ‘기록 파괴자’들이다. 30일 기준 국제축구연맹(피파) 공인 통산 득점에서 역대 1위는 호날두(819골), 2위가 메시(788골)다. 그러나 ‘공격 포인트’(득점+도움)에서는 메시가 지난 10월 펠레의 1126개를 넘어 새 역사를 쓰고 있다. 호날두는 지난 25일 월드컵 골로 국가대항전(A매치) 득점 신기록(192경기 118골)을 세웠다.(메시는 167경기 93골로 역대 3위) 반면 메시는 매년 세계 최고 축구선수를 뽑는 ‘발롱도르’ 최다 수상자(7회)로, 호날두(5회)를 앞질렀다. 그밖에 무수한 개인 수상기록이 있지만, 막상막하다.
그럼에도 기어이 우열을 가리자는 사람들이 고트 논쟁을 벌인다. 그 심리를 세계적 동물행동학자 데즈먼드 모리스는 “축구팬들의 영웅 숭배”라고 분석했다. “축구 스타들은 대부분 ‘구단의 영웅’이거나 ‘그날의 영웅’에 불과하지만 몇몇 예외도 있다. (…) 어디를 가든지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는다. 하지만 그런 선수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 펠레, 마라도나, 베스트, 베컴, 호나우두, 메시 같은 선수들이 대표적이다.”(<축구 종족>)
이렇듯 세대가 조금만 위로 올라가도 펠레와 마라도나를 고트 논쟁에 소환하곤 한다. 특히 월드컵 우승을 3회, 1회 차지한 기록은 메시와 호날두가 아직 넘지 못한 벽이다. 두 선수는 그간 월드컵에 네번씩 출전하고도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그래서 진정한 고트는 이번 월드컵 우승 여부로 가려질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여기에 새 고트 ‘후보’가 나타났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23)다. 2018년 10대 소년으로 월드컵 우승을 경험한 그는 27일 월드컵 통산 7번째 득점에 성공하며 펠레의 만 24살 이전 득점기록을 따라잡았다. 61번째 국가대항전에서 31번째 골을 뽑아내면서다. 그는 어디까지 다다를까. 축구팬들의 즐거움이 늘었다.
강희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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