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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메시도, 음바페도…월드컵이 일깨운 이민의 역사 [유레카]

등록 2022-12-21 11:32수정 2022-12-21 19:53

월드컵과 이민. 김재욱 화백
월드컵과 이민. 김재욱 화백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조국에 우승 트로피를 안긴 리오넬 메시는 이민의 후예다. 그의 고조부인 안젤로 메시(1866년생)는 원래 이탈리아 중부 마르케주 레카나티 태생이었으나, 1893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새 삶을 일궜다. 당시 이탈리아는 전란과 가난을 견디다 못해 조국을 등지는 이들이 많았다.

그들에게 아르헨티나는 미국 못지않은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때마침 남쪽 파타고니아 지역까지 영토를 확장한 아르헨티나로서는 새로운 노동력이 필요했다. 메시의 고조부가 이주한 직후인 1895년 통계를 보면, 이탈리아계 이민은 아르헨티나 전체 인구(290만명)의 6분의 1(49만명)이나 됐다. 그렇게 뿌리내린 이탈리아 이민의 후손에는 메시뿐 아니라 이번 우승 드라마를 연출한 리오넬 스칼로니 대표팀 감독, 결승전 선제골을 이끈 앙헬 디마리아도 있다.

아르헨티나와 우승을 다툰 프랑스 축구 대표팀도 이민의 역사와 떼놓을 수 없다. 숫자는 물론 비중에서도 아프리카계 선수들의 영향력은 압도적으로 컸다. 메시를 제치고 ‘골든 부트’(득점왕)를 차지하며 차세대 스타로 등극한 킬리안 음바페가 대표적이다. 26명 최종 엔트리 중에서 백인은 주장 위고 로리스 등 몇몇에 불과했다.

이런 현상은 199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대표팀 구성 때부터 두드러졌다. 지네딘 지단, 티에리 앙리, 파트리크 비에라 등 비유럽계 선수들이 주축이 된 당시 대표팀은 프랑스에 사상 첫 월드컵을 안겼다. 이를 프랑스 특유의 ‘톨레랑스’로 보기도 하지만, 자발적 이민의 후손이 대부분인 아르헨티나와 달리 프랑스는 제국주의 흑역사와 관련이 깊다. 주요 선수들의 혈통을 따라가면 카메룬, 알제리, 콩고 등 옛 식민지는 물론 아직도 점령지인 과들루프 등이 나온다.

프랑스 대표팀이 패배하자 승부차기 등에서 결정적 기회를 놓친 흑인 선수 3명을 원흉으로 매도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0’ 결승전에서도 승부차기에 실패한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 일부가 같은 일을 당했다. 이번엔 프랑스축구연맹이 다인종·다문화의 현실을 부정하는 비열한 행위를 좌시할 수 없다며 고소 방침을 밝혔다. 국제축구연맹(피파)이 오래 전부터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리스펙트’(존중)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근절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강희철 논설위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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