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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연철 칼럼] 휴전 70년과 한미 연합훈련

등록 2023-03-19 19:06수정 2023-03-20 02:08

다시 한반도가 격전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이 한·일 역사문제의 조기 해결을 서두른 이유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유기적 연계로 동북아 군사 질서를 재편하기 위해서다. 한-미 동맹의 목적이 달라지고, 한반도는 역사적 전환의 갈림길에 섰다.
육군3공병여단과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예하 공병대대가 지난 6일부터 17일까지 경기 연천군 훈련장에서 실시중인 연합도하훈련에서 장비, 차량이 부교를 이용해 강을 건너고 있다. 육군 제공
육군3공병여단과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예하 공병대대가 지난 6일부터 17일까지 경기 연천군 훈련장에서 실시중인 연합도하훈련에서 장비, 차량이 부교를 이용해 강을 건너고 있다. 육군 제공

김연철 | 전 통일부 장관·인제대 교수

휴전 70년을 맞는 올해의 봄은 ‘봄 같지 않다’. 한-미 연합훈련은 매년 봄과 가을, 한반도 정세를 위태롭게 했지만, 올해는 심상치 않다. 윤석열 정부의 이념, 주한미군의 실전훈련 수요, 그리고 미국의 중국을 겨냥하는 군사 질서의 재편 필요가 결합하면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훈련의 규모와 강도가 달라졌다. 북한도 훈련 기간을 전략무기의 고도화 기회로 삼으면서, 한반도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그동안 봄철의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와 북한의 대응이 그해의 한반도 정세를 결정했다. 한국전쟁 이후 연례적인 연합훈련을 중단한 경우는 두번이다. 두번 모두 정세를 바꾸고, ‘평화의 봄’으로 이어졌다. 1991년 말 노태우 정부 때 한·미 양국은 세계적인 탈냉전 상황에서 ‘팀스피릿 훈련’을 중단하기로 했고, 이후 남북한은 남북기본합의서에 합의하고,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2018년 평화의 봄도 2017년 ‘올림픽 휴전’을 명분으로 연합훈련을 중단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북한의 노선 전환,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환경 조성,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훈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결합하면서, 26년 만의 연합훈련 중단이 가능했다. 연합훈련을 중단하자, 평화의 봄이 왔고, 세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반대로 연합훈련의 재개는 정세를 악화시켰다. 1992년 가을 딕 체니 국방부 장관이 주도해서 1993년 ‘팀스피릿 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주한 미국 대사였던 도널드 그레그는 이 결정을 ‘대사로 봉직하는 기간에 미국이 결정한 최악의 실수’라고 자신의 회고록에 기록했다. 북한은 곧바로 ‘준전시체제’를 선포하고 1993년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다. 그것이 북핵 문제의 시작이었다.

2019년 8월 한-미 연합훈련의 재개 결정도 마찬가지다. 당시 존 볼턴 안보보좌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설득해서, 한-미 연합훈련의 재개가 불가피하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방위비 분담금을 올릴 기회’로 판단해서 동의했지만, 이후 북한이 항의하고 정세가 악화하자, 백악관 회의에서 훈련 강행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정세를 다시 개선할 수 있는 마지막 불씨는 그때 꺼졌다. 그리고 북한은 사실상의 핵 보유를 향해 질주했고, 남북관계는 회복 불능의 단계로 진입했다.

군대가 있는 한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러나 훈련의 규모와 강도, 그것이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1954년 최초의 한-미 연합훈련이 ‘포커스 렌즈 지휘소 연습’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연합훈련의 목적은 전시 작전계획을 한미연합군이 숙달하기 위한 것이고, 그래서 ‘컴퓨터 워게임을 이용하는 지휘소 연습’이 정상이다. 한·미 양국의 연합훈련이 분야별로 연중 수시로 열리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연합훈련 기간 중의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의 ‘정세 악화 비용’과 ‘군사 훈련 효과’를 신중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한-미 연합훈련은 과거와 다르다. 규모가 달라졌고, 방어훈련에서 반격훈련의 비중이 높아졌으며, 대규모 야외기동훈련과 더불어 다양한 전략무기도 참여한다. 훈련기간 중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할 수 있는 확장억제의 구체적 작동도 실험한다. 긴장이 높아지면 당연히 우발적 충돌의 가능성도 생긴다. 그것도 재래식 군비가 아니라, 사실상의 핵무장 상태에서 말이다.

당연히 연합훈련의 영향은 한반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중국 억제를 위한 한·미·일 군사협력으로 이어지고, 북·중·러 삼국의 대응 연합훈련을 불러올 것이며, 점차 동북아시아는 ‘군사 진영화’로 나아갈 것이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완충국가이고,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이 부딪힐 때마다 비극의 역사를 경험한 바 있다. 다시 한반도가 격전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이 한·일 역사문제의 조기 해결을 서두른 이유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유기적 연계로 동북아 군사 질서를 재편하기 위해서다. 한-미 동맹의 목적이 달라지고, 한반도는 역사적 전환의 갈림길에 섰다.

올해는 휴전협정을 맺은 지 70년이 되는 해다. 종전이 아니라, ‘전쟁의 일시적 중단’인 휴전 상태로 살았던 지난 70년 동안 전쟁으로 이어질 위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마다 남·북·미 중에서 ‘누군가는’ 자제력을 발휘했다. 한반도의 불안의 봄에, ‘누구라도’ 지난 70년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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