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집권 초 ‘써본 사람’ 인사 필요했어도, 앞으론 달리 해야”

등록 2023-04-04 16:50수정 2023-04-05 02:33

강희철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

삼성 인사전문가에서 박근혜 정부 인사혁신처장으로
“인사혁신처, 대통령 직속 바꾸고 검증기능 되돌려야”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이 지난 3월29일 서울 강남구 사람들연구소에서 윤석열 정부의 인사 문제 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이 지난 3월29일 서울 강남구 사람들연구소에서 윤석열 정부의 인사 문제 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그간 도마에 가장 많이 오른 사안은 단연 인사 문제일 것이다. ‘검찰 공화국’이란 말로 통용되는 윤석열식 인사편중이 대표적이다. 인사검증 기능을 법무부로 옮긴 일도 두고두고 비판받고 있다. 결과도 좋지 않다. 장관을 비롯해 적잖은 고위공직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전후로 어김없이 낙마했다. 최근 ‘정순신 사태’는 이런 문제들이 쌓이고 겹쳐 일어난 ‘복합골절’ 같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을 지난달 29일 만나 윤석열 정부 1년 인사를 되짚어 봤다. 삼성에서 인사 전문가로 경험과 지식을 쌓은 그는 2014년 정부 수립 이래 처음 만들어진 인사혁신처의 수장으로 영입돼 국가 인재관리·검증 시스템의 밑돌을 놓았다.

이 전 처장은 윤 대통령이 인사를 제대로, 잘 하려면 인사혁신처를 ‘국가인재원’ 같은 독립기관으로 격상해 대통령 직속으로 두고, 법무부에 가 있는 검증 기능도 그곳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애초 인사혁신처를 만든 법 제정 취지에 맞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는 사람’, ‘써본 사람’ 위주인 윤 대통령식 인사에 대해서는 “폭넓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폭넓게 들어야 객관적으로 (사람을) 볼 수 있다”며 “집권 초기에는 (윤 대통령처럼) 그런 인사가 필요할 수도 있으나, 1년쯤 했으니 앞으로는 다르게 하지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에 스스로 갇히는 한계에서 벗어나라는 조언이다.

정부 주요 직에 검사가 다수 중용된 것 이상으로 공무원 출신이 지나치게 많은 것 또한 큰 문제라고 짚었다. 시대 흐름에 맞는 융합적 사고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정부에서 함께 일할 때 생겨나는 데, 지금껏 정부 인사는 역행을 해왔다는 뜻이다. 이 전 처장은 ‘주 69시간’ 논란처럼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전면에 나서서 장관의 기능과 영역을 가리는 ‘거대한 대통령실, 왜소한 행정부’ 현상도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위 공직 후보자의 낙마장이 돼버린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해서는 사생활 문제 등을 비공개로 다룬 뒤 가부만 결정하는 1라운드, 업무 적합성을 공개적으로 따지고 확인하는 2라운드로 나눠서 진행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금대로 두면 머잖아 “‘공직 혐오’ 제도, ‘인재 사장’ 제도로 바뀔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그는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발상의 전환, 접근법의 혁신을 통한 정부의 시스템 경영을 거듭거듭 주문했다.

―최근 ‘정순신 사태’와 관련해 검증 책임을 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인사 검증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해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장관은 정무적으로 더 작은 것까지 무한책임을 지는 자리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사검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에 동의한다. 검증 문제는 개인의 정보를 국가가 얼마만큼 모을 수 있느냐, (주어진) 시간 내에 확인이 가능하냐, 이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그래서 원래는 공직 후보자 디비(데이터베이스)를 국가 자원 관리 차원에서 구축하고, 디버깅하고, 장관급 등 주요 공직에 대해서 후보자 리스트를 만들어 추천하는 기능 등이 확립돼야 한다. 그게 인사혁신처의 원래 기능이니 거기에 집중시켜서 하도록 하면 되는데, 정부마다 그렇게 안 한다. 그러니까 정확한 자료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사생활 문제는 후보자 본인이 밝히지 않으면 파악하기 어렵다. 공직을 희망해서 국가 인재 디비에 수록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사생활도 (국가가) 공식적으로 파악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 디비 구축과 운영이 원론으로는 맞지만, 윤 정부는 물론 앞선 정부에서도 잘 되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국가는 그런 자산을 독립적으로 만들어두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면 이런(정순신 사태와 같은) 문제가 줄어들 것이다,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인사권을 특정 정파가 사용하게끔 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는 마이너스다. 그래서 국가의 인사 기능은 약간 ‘중립지대’로 옮길 필요가 있다. 인사혁신처는 (지금의 총리실 소속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두되 (기능은) 독립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책임자의 임기를 한 10년 정도로 하면 공무원 인사·채용 기능의 전문화와 업그레이드가 틀림없이 이뤄질 것이다. 이렇게 하면 불편해지는 데가 생긴다. ‘낙하산’이 굉장히 제한되기 시작할 것이다. 정권 바뀔 때마다 낙하산 문제 가지고 이럴 것이 아니라 그렇게 중립적으로 하자고 하면 된다.”

―직선 대통령제에서 인사의 ‘논공행상’적 성격을 도외시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도 있지 않나.

“논공행상은 필요하다. 정권 바뀔 때마다 논란이 되는 건 주로 부적격자와 정치색이 짙은 사람의 경우다. 지금 낙하산도 적격자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가 없지 않나. 논공행상은 적격자를 가려서 하고, 예를 들어 대통령의 국가 정책과 딱 맞춰야 하는 자리는 임명직으로 정리해두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잡음과 소모적 논란 벌이지 말고. 나머지 거기 들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통령 직속 국가자문위원회를 크게 만들어 역할을 주면 되지 않겠나. 각자 자기가 잘 아는 분야별로 활동하게 하면.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그런 사람들 줄 인건비와 부적격자 공직 임명으로 인한 국민의 손해를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클까. (여야) 공수가 바뀔 때마다 말썽을 일으켜 정치혐오를 조장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좋은 일이다.”

―정부 주요직에 검찰 출신이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많이 중용되면서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통용되고 있다.

“(집권) 초기라 인재 풀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위주로 갈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안정성 때문에. 또 정권도 바뀌었고. 그래서 효과를 낸 것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근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게 효율적일까도 생각해 봐야 한다. 당연히 (검찰공화국이라는) 사회적 평가에도 유념을 해야 하고. 검사도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공무원 (출신)이 고위직에 너무 많다. 어떤 자리에 가서 조직을 장악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려면 리더십과 함께 두루 넓은 안목과 경험이 필요한데, 그런 점에서 기업인이나 외교관, 언론 출신들이 (고위직에) 더 많아져야 한다. 그런 비율이 10% 정도 되면 공무원들 ‘텃세’가 자연스럽게 없어지고, 융합적 사고가 나온다. 그래야 정부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사 검증 기능을 여전히 법무부 장관 책임 하에 두고 있는데.

“인사혁신처에 두는 것이 처음에 법을 만든 취지다. 그 얘기는 인사의 전문화를 기하라는 것이다. 인사가 전문화되면 계속 레벨업이 이뤄진다. 그래서 ‘지금 레벨업이 되고 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검증 기능이) 중요하다면,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사람을 인사혁신처장에 앉히면 해결되지 않겠나.”

―정부의 인사 기능 전반이 기업만도 못하다고 비판한 적이 있는데.

“정부의 인사 기능이 여전히 ‘대서방’(다른 사람 대신 관공서에 제출할 문서 등을 써주던 곳) 수준이다. 1980년부터 43년이 지났는데, 부처 인사운영은 여전히 과장이 한다. 옛날 그대로다. 국가 예산이 2000년부터 따져도 지금은 6배, 600조가 넘어갔다. 그런데 시스템은 80년대 시스템이다. 기업은 80년에 총무과장이 다루던 인사를 지금은 인사 담당 사장이 한다. 그 사이 기업은 사람 쓰는 방식을 바꿨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했다. 이것이 가장 큰 차이다. 쓴 소리를 하나 보태자면, 규제 개혁을 하려면 공무원 숫자는 줄이고 자유도는 높여야 한다. ‘파킨슨 법칙’이라고, 규제를 하면 할수록 공무원은 늘게 돼 있다. 그런데 인구는 이미 줄고 있다. 국민은 공무원의 서비스 수준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낀다. 공무원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이다. 에이아이(AI) 시대 아닌가. 공무원 숫자는 더 줄여야 한다. 공무원의 생산성은 법률 숫자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법률은 쌓여만 왔다. 왜 법률은 리노베이션, 리스트럭처링 안 하나 모르겠다. 국회가 이런 부분을 좀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

―인사청문회로 넘어가서, ‘줄줄이 낙마’가 정부 조각 때마다 관행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쳐야 한다. 검증도 잘 해야 하지만, 지금 청문회는 (후보자가) 그 일을 할 수 있느냐를 묻지 않는다. 이대로 그냥 두면 ‘공직 혐오’ 제도, ‘인재 사장’ 제도로 바뀔 것이다. 실제로 정부에서 자리를 제안받고도 고사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 물론 공직자로서의 의식, 적합성 안 볼 수 없다. 다만 그 기준은 ‘국회의원 당선자의 평균적 도덕성’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나. 밝히고 싶지 않은 사생활 문제 등은 비공개 청문회에서 다뤘으면 좋겠다. 결과는 가부만 정리해서 밝히고. 현재 정보위원회도 그렇게 하지 않나. 그 다음에 해당 공직에 대한 적합성을 (공개 청문회에서) 따지면 된다. 그것이 1번이고, 앞으로는 대통령 출마자에게 셰도 캐비닛을 미리 밝히도록 해서, 당선이 되면 청문회 통과로 간주하는 것이 어떨까. 그 중에 언론 보도 등으로 낙마자가 나오거나 중간에 바꿀 때는 청문회를 해야 겠지만. 매번 정부가 제때 출범도 못하는 건 정상이 아니다. 해외 사례가 있냐고 묻는 사람도 있는데, ‘케이팝’은 남의 길을 따라 가서 이룬 성취인가. 전세계 어떤 나라에 우리나라 같은 청문회 제도가 있는지 모르겠다.”

―‘책임총리·책임장관’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고 주요 국정과제인데, 총리도 장관도 잘 보이지 않는다. ‘주 69시간’ 논란에서 보듯 대통령이 자꾸 앞에 나선다.

“‘‘작은 대통령실, 큰 행정부’를 희망한다. 그게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대통령은 국가적 현안이 있을 때 나서고, 국정 운영은 장관 중심으로 하는 것이 맞다. 그래야 장관이 일을 하고 행정이 활력을 띠게 된다. 국가를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방법이다. 대통령, 대통령실이 앞에 나오고 장관이 뒤에 있어서는 전 정부와 다를 것이 없다.”

―‘일하는 장관’, 어느 정부나 강조했지만 잘 안 됐다.

“80년대부터 17개 부처인데, 지금도 18개 부처, 이렇게 묶어 놓은 건 시대 흐름이나 우리 국민의 수준, 경제 규모와도 맞지 않는다. 장관도 이제는 ‘미션’별로 임명해야 한다. 이질적인 업무를 한 부처에 묶어 놓으니 적임자를 찾기 어렵고, 잘 하기도 힘들고, 업무 효율도 낮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 왜 이질적인 분야를 한데 묶어놔야 하나. 고용노동, 기획재정, 과학기술정보통신도 마찬가지다. 이래놓고 ‘작은 정부’라고 하는 건 넌센스다. 장관이 (분야별로) 50명 쯤 있으면 안 되나. 국무위원은 그 중 일부만 맡도록 하면 되지 않나. 저출산고령화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장기 과제라고 하는데, 부총리급으로 임명해서 한 7~8년 끌고 가도록 하면 대책이 나올 것이다.”

―윤 정부 장관 인사 중 평가할 만한 사람이 있나.

“정치적 의미나 맥락을 빼고, 인선 자체로만 봤을 때는 한동훈 장관 임명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행정 독립을 주장해온 입장에서 일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전에 방송에 나가서 한참 거론되던 ‘중대범죄수사청’ 말고 ‘민생범죄수사청’ 만들자고 주장한 적이 있다. 마약, 보이스피싱, 건축비리, 금융사기 등등 국민의 실생활과 연결된 범죄들을 중점 수사할 곳 말이다. 보이스피싱 같은 건 당하면 한 가정이 무너진다. 국가가 나서서 막아줘야 한다. 공권력의 역할이다. 근데 한 장관이 그걸 하더라. 원희룡 장관도 현안 대응력과 현황 파악력에서, 다른 장관에 비해 눈에 많이 띤다.”

―인사 전문가로서 윤 대통령이 인사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폭넓게 의견과 평가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사람을 객관적 잣대로 볼 수 있다. ‘객관적’이란 단어는 국가 전체의 필요에서 사람을 본다는 뜻이다. 물론 구체적으로 일을 할 때는, 뭐라고 할까, 궁합 같은 게 있다. 그것도 필요하다. ‘아’ 하면 바로 알아듣는 그런 관계, 기업에도 사회에도 다 있다. 그러나 국가 전체로 보면 균형 잡힌 생각과 판단이 필요하다. 객관적으로 보란다고 해서 일일이 다 만나 볼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많이 들을 필요가 있다고 한 것이다. (대통령) 1년 했으니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이 전 처장은 인터뷰 내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면서도 “순진한 사람의 생각”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만큼 멀리 보는, 이상적인 내용이 많다는 뜻으로 들렸다.

hck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지속 가능한 도시 고양’을 위한 6가지 과제 [왜냐면] 1.

‘지속 가능한 도시 고양’을 위한 6가지 과제 [왜냐면]

‘비겁한 미치광이’와 그 졸개들 [뉴스룸에서] 2.

‘비겁한 미치광이’와 그 졸개들 [뉴스룸에서]

[사설] 나라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윤석열 자진출석하라 3.

[사설] 나라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윤석열 자진출석하라

1009시간째,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이진순 칼럼] 4.

1009시간째,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이진순 칼럼]

독재자 감별 테스트…윤석열의 점수는? [유레카] 5.

독재자 감별 테스트…윤석열의 점수는? [유레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