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대통령과 책방

등록 2023-04-30 18:25수정 2023-05-01 02:06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연 ‘평산책방’ 내부 모습. 백소아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연 ‘평산책방’ 내부 모습. 백소아 기자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뭐라도 해야지, 싶었던 걸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책방을 열었다. 대통령의 책방! 각운도 맞고 그림도 좋다. 소소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던 그의 꿈은 책방지기로 실현되려나 보다. 책은 말글살이의 핵심이니, 일단 축하!

한편으론 궁금하다. 폐허가 된 나라를 새로 만들겠다는 ‘재조산하’(再造山河)의 외침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는 언제 찾으려는가. 사람들은 약육강식의 자본 논리가 아닌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랐었었었다’. 책방 문제만 볼까? 책방이 지역문화의 거점이 되기를 바랐다면, 재임 시절 ‘완전’ 도서정가제를 도입했어야 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와 똑같았다. 온라인서점에 ‘10% 할인 + 5% 포인트 적립 + 무료 배송’ 허용. 이것도 할인폭을 더 늘리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개악 시도를 막아선 책활동가들의 싸움 덕분에 겨우 사수되었다. 동네책방은 대형서점에 비해 도서 매입률(공급단가)도 더 높다. 이러니 동네책방은 버티고 버티다 빚에 눌려 문을 닫는다. 평생 책방지기였던 은종복씨가 ‘풀무질’을 넘기고 제주로 떠난 것도,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를 이끌며 ‘책방이음’을 사람들의 아지트로 만들던 조진석씨가 폐업을 하게 된 것도, 자본 편만 드는 제도 때문이었다. 그때는 뭐 하다가 이제 와서?

프랑스는 한국과 정반대다. 온라인서점의 할인 판매와 무료 배송을 금지하는 ‘반아마존법’을 시행하고 있다. 오프라인 서점에만 5% 할인과 무료 배송을 허용한다. 이래야 거대자본의 독식을 막고 출판문화계의 다양성을 보호할 수 있다.

지금은 행동할 때가 아니라, 생각할 때다. 통렬한 반성 한 권을 권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참모들은 왜 윤 대통령 회견 말리지 않았나 1.

참모들은 왜 윤 대통령 회견 말리지 않았나

파병 북한군, 능소능대와 허허실실을 구현하다 2.

파병 북한군, 능소능대와 허허실실을 구현하다

[사설] “이런 대통령 처음 봤다”, 이젠 더 이상 기대가 없다 3.

[사설] “이런 대통령 처음 봤다”, 이젠 더 이상 기대가 없다

“셋째는 아들이겠네” 당황스러운 점사가 맞았다 4.

“셋째는 아들이겠네” 당황스러운 점사가 맞았다

[사설] ILO의 ‘건폭몰이’ 중단 권고, ‘의장국’으로서 부끄럽지도 않나 5.

[사설] ILO의 ‘건폭몰이’ 중단 권고, ‘의장국’으로서 부끄럽지도 않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