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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산하의 청개구리] 봄날 에어컨 틀기, 당신의 기후감수성은?

등록 2023-05-07 20:06수정 2023-05-08 02:35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김산하 |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바야흐로 ‘가정의 달’이다. 챙겨야 할 날도, 세워야 할 계획도 유난히 많은 시기다. 게다가 날씨도 좋지 않은가. 일년 중에서도 요맘때쯤이 소중한 사람들과 만나 관계를 축복하기에 가장 적당한 계절인 듯하다. 각종 기념일은 물론 별일 없는 날에도 집에만 있을 순 없다. 밖으로 나가 세상을 만끽해야 한다.

우리가 이토록 봄에 반갑게 반응하는 건 당연하다. 정온동물인 우리 신체에 가장 적절하고 쾌적한 기후대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겨울이라는 휴지기가 지나고 모든 생명이 움트고 성장하는 때다. 영양분도 가장 풍부하고 번식하기에도 적당하다. 한마디로 이 좋은 날씨가 생명활동을 하기에 ‘딱’이라는 것을 우리 몸이 직감하고 있기에 우리 마음도 들썩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우리 몸에 맞는 날씨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것이라면, 대체 이 거센 냉방 바람은 무엇이란 말인가? 갈수록 더 일찍, 더 세게, 더 차갑게, 더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봄철 냉방은 봄을 반기는 우리 몸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무색하게 만든다. 4~5월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는 3월부터 에어컨을 켠다. 겨울 뒤 찾아온 따뜻함을 반기기가 무섭게 어느새 냉각에 박차를 가하는 게 우리 모습이다.

물론 때 이른 이상고온이 주 요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그 이상고온이 바로 기후변화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기후변화를 일으킨 우리의 여러 행동 가운데 냉방이 포함된다는 것을 말이다. 냉방은 다른 모든 탄소배출 행동보다도 직관적인 행위다.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행위가 탄소를 배출하지만 많은 경우 우회적인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냉방은 다르다. 말 그대로 내가 시원하기 위해 지구를 덥게 만든다.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이 나를 향할 때 실외기는 세상을 향해 더운 바람을 뿜어대지 않는가.

더운데 어쩌란 것이냐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봄 날씨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너무 더워 냉방 말고는 방법이 없는 계절이 아닌 만큼, 우리는 이 계절에 날씨와 보다 평화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세상이 제공하는 기후를 대체로 수용하되 특별히 에너지를 더 사용하지 않고도 지낼 수 있는 지금 같은 때야말로 우리는 건강한 기후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아니면 그 정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바로 기후감수성이다. 조금만 더워도 에어컨 버튼을 누르는 대신, 조금 더운 건 그 계절의 생리로 받아들이며 참아낼 수 있는 그런 감각 말이다.

안타깝게도 작금의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과한 조기 냉방이 확산하는 흐름은 분명하게 읽힌다. 출퇴근 시간처럼 사람들로 혼잡하지 않아도 냉방기를 풀가동하는 지하철과 버스, 바깥 공기에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날에도 냉방설비를 돌리는 가게와 식당들. 그리고 언제부턴가 가장 더운 사람 위주로 공동 공간의 냉방 여부와 강도를 결정하는 이상한 현상들.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가 고조될수록 퇴보하는 기후감수성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실제 냉방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구촌 전체 전기 사용량의 10%가 냉방에 쓰이고 있다고 한다. 이마저 2050년에는 3배로 커질 전망이란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에서는 야간시간에 가동된 에어컨이 방출한 열로 인해 도시 전체의 평균 온도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더우니 더 튼다? 악순환은 반복되고 강화된다. 한국은 에어컨보급률 86%로 세계 극상위에 해당한다. 기후와 냉방에 대한 우리의 감수성은 결코 작은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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