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윤석열 ‘약자복지’ 1년의 실상과 허상 [아침햇발]

등록 2023-05-14 13:19수정 2023-05-15 02:39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복지 ·노동현장 종사자 초청 오찬 행사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복지 ·노동현장 종사자 초청 오찬 행사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창곤 |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윤석열 정부 출범 1년(5월 10일)을 맞아 지난 한 주 언론과 각계의 평가가 잇따랐다. 정치외교와 경제 등 전반에 걸쳐 이뤄졌는데, 유독 서민의 삶과 직결되는 복지 부문의 평가는 빈약했다. 왜? 일차적 이유는 정부 출범 1년이 지나도록 주요 복지 정책의 방향을 상술하는 “공식화한 문서나 정형화된 발표가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복지 브랜드는 ‘약자복지’다. 윤 정부와 대통령이 지속해서 내세운 복지 정책 방향이다. 이 난데없는 조어는 정부의 공식 문서에 수없이 등장하지만, 여전히 개념 정의부터 모호하다. 지난 12일 보건복지부에 질의해 받은 답은 “자신의 어려움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적 최약자층부터 정부가 사각지대 없이 찾아내어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복지”라는 짤막한 개념 정의였다. 관련 추진 정책으로 “취약계층 소득안전망 강화, 사각지대 발굴, 그리고 장애인∙아동∙청년 등 맞춤형 소득∙돌봄 지원 강화”라는 덧붙임이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약자복지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아직도 이렇듯 단편적인 개념 풀이와 덧붙여진 몇 가지 정책뿐이다.

자료: 보건복지부(2023)
자료: 보건복지부(2023)

중요한 것은 실상이다. 지난 1년 동안 윤 정부는 약자를 위한 복지를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펼쳤는가다. 윤 정부 1년을 자평한 정부의 공식 문서에는 약자복지의 ‘대표 상품’으로 기준중위소득 인상(2023년 5.47%)을 내세웠다. 역설적으로 ‘약자복지의 빈곤’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인상으로 기초생활보장대상자 가구가 늘고 지원금(생계급여 등)도 올랐으니 나름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이는 “2021년에 마련한 조정산식에 따라 정부 출범 이전에 이미 설정된 인상률”인 데다, 역대급 고물가 상황을 고려하면 생색낼 일이 아니다. 적어도 대선 공약사항인 ‘생계급여 선정기준 기준중위소득 35%(현 30%) 상향’을 함께 추진했어야 했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그나마 내놓은 정책이 복지사각지대 발굴체계 강화다.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의 입수 위기정보를 34종에서 39종으로 늘린 것인데, 취약계층의 잇따른 사망 사건을 생각하면 이 또한 문제 해결 방향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복합위험이 상존하는 현대사회에서 복지가 약자만을 향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약자를 더 챙기는 복지는 좋다. 그런데 약자에 반하는 정책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주거취약자들의 보금자리가 될 공공임대주택의 예산을 대폭 축소했고, 장애인 권리예산 확충을 요구한 장애인들의 절규를 끝내 외면한 데다, 최약자 가운데 하나인 노인을 위한 지역사회통합돌봄 정책을 후퇴시켰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윤 정부가 이전 정부와 차별화하며 특별히 강조하는 또 하나의 핵심 정책은 ‘사회서비스 고도화’다. 이 또한 숱한 정부 자료에 등장하지만 정작 그 개념을 상술해주는 문건 하나 없다.

윤석열 복지를 책임지고 있는 고위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나 직접 물었지만, 누구도 명쾌한 답을 주지 못했다. 지난 3월 필자의 요청에 복지부가 문서로 전한 공식 답변은 “사회서비스 고도화란, 사회서비스의 양적인 확대와 질적인 개선을 뜻한다”는 것이었다. 밥 먹으면 배부르다는 소리와 다를 바 없는 설명이다.

복지부는 이 답변에서 “사회서비스 수요를 창출하고 공급을 혁신하며, 기반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고도화방안을 마련 중”이라면서 “추가로 자료가 나오면 공유”할 테니 기다려달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출범 1주년이 지난 5월 14일 현재 추가 자료를 보내지 않았다. ‘사회서비스 기본계획’조차 발표한 바 없다. 어디 이뿐인가? 3대 개혁 중 하나인 연금개혁을 외친 것은 좋았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 거의 없다.

자료: 국무조정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성과 자료집(2023)
자료: 국무조정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성과 자료집(2023)

윤석열 정부의 복지정책과 관련해 주의 깊게 봐야 할 지점은 이런 평가보다 실은 ‘방향’이다. 약자복지 구호의 이면에는 복지를 ‘건전재정’의 하위 범주로 주변화하는 정책 방향이 내장돼 있다는 점이 그 하나며, 다른 하나는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다. 사회서비스투자펀드를 만들어 돌봄 관련 기업을 선별해 집중투자를 하거나, 민간보험사에 노인요양시설을 운용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움직임은 벌써 많은 우려를 사고 있다.

지금의 ‘약자복지’와 ‘사회서비스 시장화’, 무엇보다 ‘건전재정’의 틀에 갇힌 정책 방향으로는 돌봄, 주거, 교육, 건강 등에서 ‘배제’된 우리 사회의 숱한 약자의 인간다운 삶을 결코 보장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가 목표로 하는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는 더더욱 가능하지 않다.

go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여자대학, 공학 전환은 답이 아니다 [권김현영의 사건 이후] 1.

여자대학, 공학 전환은 답이 아니다 [권김현영의 사건 이후]

이준석은 왜 뒤늦게 ‘대통령 공천개입’ 밝힐까? [11월15일 뉴스뷰리핑] 2.

이준석은 왜 뒤늦게 ‘대통령 공천개입’ 밝힐까? [11월15일 뉴스뷰리핑]

우크라이나 전쟁을 없애야 한다, 북한군이 배우기 전에 [세상읽기] 3.

우크라이나 전쟁을 없애야 한다, 북한군이 배우기 전에 [세상읽기]

[사설] 이준석 폭로로 더 커진 윤 대통령 ‘공천 개입’ 의혹 4.

[사설] 이준석 폭로로 더 커진 윤 대통령 ‘공천 개입’ 의혹

문학이 하는 일, 슬픔에 귀를 여는 것 [김명인 칼럼] 5.

문학이 하는 일, 슬픔에 귀를 여는 것 [김명인 칼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