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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의원들 돈벌이가 그깟 ‘전대 봉투’뿐인가 [아침햇발]

등록 2023-05-16 17:30수정 2023-05-17 02:38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거액 코인 거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윤관석, 이성만, 김남국 의원. 이들은 문제가 커지자 모두 민주당을 탈당한 공통점이 있다. 연합뉴스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거액 코인 거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윤관석, 이성만, 김남국 의원. 이들은 문제가 커지자 모두 민주당을 탈당한 공통점이 있다. 연합뉴스

강희철 | 논설위원

김남국 의원은 몇가지 새로운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세비 말고 국회의원의 ‘기타 등등’ 돈벌이 수단에 코인(가상자산)도 있다는 것, 온라인 코인 거래 정도는 아무 때나 가능할 만큼 의원 생활이 여유롭다는 것, 국회법 등이 케케묵어―혹은 일부러 개정하지 않아―이해충돌 방지고 뭐고 구멍이 숭숭 나 있다는 것이 그의 노고 덕분에 드러났다.

김 의원이 압도적 신스틸러이긴 해도, 국민의 시선을 먼저 붙든 건 전당대회(전대) 때 뿌려졌다는 ‘돈봉투’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새삼 국민적 관심사로 만들었다. 전대는 꽤 긴 기간 전국을 돌며 치른다. 출마자들은 매번 세 과시용 ‘머릿수’가 필요하다. 사람 동원하고 표를 모아야 이긴다. 버스 대절료, 밥값, 수고비가 든다. 결국 돈의 힘이 전대를 움직인다. 하지만 의원들은 절대 자기 지갑을 열지 않는다. 대신 주변에 손을 벌린다.

당연히 공돈은 없다. 자리, 뒷배 또는 공천 요구라는 ‘혹’이 붙어 있다. 더욱이 2021년 당시 민주당은 힘센 집권 여당이었다. 전대를 여러차례 치러본 사람이 말했다. “저런 돈 내는 사람들은 ‘거래’로 생각하고, 나중에 반드시 대가를 요구한다”고. 산전수전 다 겪은 야당 원로도 말했다. “딱 터졌을 때 ‘올 게 왔구나’, 그런 느낌이었다.”(유인태 전 의원)

의원 호주머니로 직행하는 뭉칫돈은 ‘출판기념회’에서 나온다. 출판기념회 안 한 의원은 별종 취급을 받을 정도다. “후원회가 법으로 금지된 뒤 고안해낸 ‘변칙 후원회’라고 보면 된다.” 국회에서 20년 넘게 보좌진으로 일한 사람이 말했다. “의원이 필요한 곳에 바로 쓸 수 있는 현금 조달 방법이 그거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집 압수수색에서 나온 현금다발 3억원에도 출판기념회 때 받은 돈이 섞여 있다. 정확한 금액을 물었더니 “누가 얼마를 내고 사 갔는지는 명단이나 자료가 없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출판기념회를 치러본 다른 의원실 보좌관은 “봉투에 달랑 책값만 들어 있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책값 이상의 ‘플러스알파’는 의원의 ‘끗발’에 달렸다. 그래서 수입 규모도 제각각인데, 한번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벌어들인다고 한다. 이 또한 누군가는 대가를 바라며 봉투를 준비하고, 누군가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낸다.

출판기념회 수입은 정치자금 모금액 한도와 무관하다. 공개 의무도 없다. 법이 정한 신고 대상도 아니다. 남들 다 내는 세금 한푼도 안 낸다. 과세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오래 방치됐다. 완벽한 사각지대에 있으니, 이만한 알짜 수입이 따로 없다. 실제로 ㅂ 의원은 몇해 전 체육관을 빌려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계수기까지 동원해 현금을 세더라고 보고 온 사람들이 말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의원 시절 국회 사무실에 카드 단말기를 놓고 시집을 팔다 상임위원장직을 내놓은 바 있다.

보좌진 급여 갈취는 일부 의원들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추가 수입원이다. 국고에서 지급된 급여 일부를 후원 명목으로 뜯어간다. 채용 조건으로 대놓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한 보좌관은 채용 면접에 갔다가 ㄴ 의원한테 이런 말을 들었다. “월급에서 매달 50만원씩 나한테 보낼 수 있겠어요? 오케이하면 내일부터 나오시고.” 밤새 고민했다고 한다. ‘나머지 8명 보좌진도 뜯긴다면 월 수백만원인데, 나까지 그래야 하나.’ 그는 ㄴ 의원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ㅅ 의원은 총선 공천심사 때 보좌진 급여 갈취가 들통났다. 탈락 직전까지 몰렸다. 하지만 물불 가리지 않은 동료 의원들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살아남았다. ㄴ과 ㅅ 두 의원은 여전히 현역이다. 그리고 종종 시사 프로에 나와 정치개혁을 역설하곤 한다.

하면 안 될 일이란 걸 의원들도 안다. 하지만 스스로 그만두지는 않는다. 이번처럼 ‘검찰발 포탄’이라도 터지면 그때만 죽는시늉으로 때우고 넘어간다. 그래서 출판기념회 문제는 이 와중에도 거론조차 없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올해 초 공개적으로 지적했지만, 지금껏 들은 체 만 체다. 밥그릇 사수만큼은 여야의 배가 척척 맞는다. 국민이 이런 사정을 모르냐 하면 그렇지 않다. ‘정당·입법’ 분야가 2022년 ‘대국민 부패인식도 조사’(국민권익위원회)에서 1위로 꼽힌 건 우연이 아니다.

돈봉투에 이어 김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정당하게 벌지 않은 돈을 생각하며 좌불안석인 국회의원이 한둘일까. 그래서 묻게 된다. ‘김남국이 끝일까’라고.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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