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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인요한 혁신위, 반정치주의 포퓰리즘이 혁신인가 [성한용 칼럼]

등록 2023-11-07 09:32수정 2023-11-07 09:48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 이언주 전 의원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 이언주 전 의원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성한용|정치부 선임기자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또 국회의원 수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국회의원 세비 삭감, 현역 의원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를 의결했다. 인요한 위원장은 며칠 전 언론 인터뷰에서 “구청장도 세번 이상 못 한다”며 국회의원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출마 금지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이 방안을 “아주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자평했다. 아마도 당내 반발 때문에 ‘지도부·중진·친윤 불출마 및 험지 출마’라는 절충안을 내놓았을 것이다.

국회의원 임기 제한은 어느 정당이나 혁신의 단골 소재다.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가 3선 이상 동일 지역구 공천 금지를 논의하다가 ‘중진 불출마 촉구’로 물러선 일이 있다. 대선 전 장경태 혁신위에서도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제한’을 내놓았다. 국회의원 임기 제한이 매번 실패하는 이유는 의원들의 반발 때문이 아니다. 국회의원 임기 제한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선출직 공직자 임기 제한은 대통령이나 자치단체장처럼 독임제 공직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독재나 토착 세력과의 유착을 막을 수 있다. 회의체 구성원인 국회의원 임기를 제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멕시코, 칠레, 코스타리카 등 중남미 국가들뿐이다. 미국은 15개 주에서 주의원 임기 제한을 두고 있지만, 연방의원 임기 제한은 없다.

의원 임기 제한의 명분은 정치 신인의 등용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회의원 재선율은 너무 낮아서 문제다. 19대 51%, 20대 56%, 21대 49.7%였다. 그런데도 국회에 대한 평가는 점점 나빠진다. 왜 그럴까? 국회의 전문성이 축적되지 않기 때문이다. ‘구악’이 아니라 ‘신악’이 문제인 것이다.

인요한 혁신위가 내놓은 절충안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지도부·중진·친윤 불출마 및 험지 출마 요구는 반윤석열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에서 나왔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잘못했으면 윤석열 대통령의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는 것이 옳다. 지도부·중진·친윤이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가? 영남, 강원, 충청의 지도부·중진·친윤 의원들이 혁신위의 요청에 밀려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면 유권자들이 표를 찍어줄까? 수도권은 국민의힘 텃밭의 쓰레기통이 아니다.

충남 공주·연기 재선과 비례대표까지 3선을 했던 정진석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당의 요청에 따라 서울 중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20대와 21대에 공주·부여·청양에서 다시 당선돼 5선 의원이 됐다.

인요한 혁신위의 다른 혁신안도 하나하나 따져보면 대부분 말이 안 되는 것들이다. 국회의원 감축은 김기현 대표가 이미 내놓은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너무 적기 때문에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불체포특권 포기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6월21일 의원총회에서 이미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식을 했다. 불체포특권은 헌법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자유로운 의정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부여한 권한이다. 의원 개개인이 포기할 수 없다. 불체포특권을 없애려면 개헌해야 한다.

현역 의원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는 잘못된 혁신안은 아니다. 그러나 현역 의원을 경선에서 배제하면 탈당해서 다른 정당으로 가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감당할 수 있을까? 혁신안 중에서 말이 좀 되는 것은 국회의원 세비 삭감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급여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줄여야 한다. 하지만 급여 삭감이 국회 역량 약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 증원과 연계해서 추진해야 한다.

인요한 혁신위의 혁신안은 반정치주의 포퓰리즘이다. 국민의 정치혐오 정서에 편승해 위기에 빠진 윤석열 정권을 구해내려는 꼼수다. 반정치주의는 박정희 전두환 독재가 만들고 재벌·관료·언론이 확산시킨 기득권 세력의 이데올로기다. 민주주의를 직접 공격할 수 없으니 국회와 국회의원들을 공격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술책이다.

정치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알아야 잘할 수 있다. 정치 혁신도 마찬가지다. 박근혜·김종인·이준석의 혁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교수나 의사가 정치 혁신을 잘할 수 있을까? 정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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