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명불허전이라고 했던가. 역시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아버지 후광, 알맹이 없는 연예인식 인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이유 10가지’를 조목조목 잘도 정리해서 보여주었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편들기 위해 쓴 기사였지만 그 내용은 5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용은 별로 없으면서 ‘이미지 정치’만 한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늘 ‘아버님 시절…’로 시작하는 말을 하는 ‘유신공주’란 비판을 받는다.” “박정희에 대한 옹호적인 발언은 역사인식의 부재로 평가할 수 있으며… ‘과연 스스로의 철학이 있는가’란 의문이 든다.” 고집불통이라서 “자신이 설정해 둔 로드맵과 다른 얘기를 하면 좀처럼 수용하지 않는다.” “정수장학회 등 재산 의혹”이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한나라당 내 박근혜 전위대가 부족하다’는 것을, 지금은 상황이 180도 변했으니, ‘새누리당 내 온통 친박 친위대밖에 없다’로 바꾸기만 하면 조선일보의 ‘박근혜 대통령 불가론’은 마치 오늘 그 기사를 썼다고 해도 손색이 없는 글이다.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이 그의 칼럼(<한겨레> 8일치)에서 지적한 대로 “이명박 후보 편을 들 당시 박근혜의 치부와 약점을 들추어냈던 그 칼날이 지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는 게 아이러니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필자는 여기서 한 가지 이유를 추가하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박근혜 후보의 수권능력에 심각한 의문이 든다는 점이다. 지난 9월23일 박 후보는 ‘집 걱정 없는 세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총선 이후 내용 없는 말만 하다가 국민들에게 제시한 첫번째 정책 구상이었다. 이 대책은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집중적으로 비판을 받았고, 이 대책이 문제가 많고 현실성이 없다는 것은 필자가 여기서 다시 구체적으로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이미 결론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필자가 박 후보의 수권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이런 황당한 대책을 내놓았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박 후보의 현실문제를 대하는 태도와 사고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박 후보의 이번 ‘종합대책’은 가계부채를 가계부채라 부르지 않으면 가계부채 문제가 없어지고, 이자를 이자라 부르지 않으면 이자 부담이 없어진다는 것과 다름없다. 하우스푸어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은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이 어려운 사람에게 주택 지분을 채권은행에 넘기고 이자 대신 임대료를 내라는 건데 그러면 가계부채가 명목상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채권은행한테 집으로 빚지나 아니면 대출로 빚지나 그게 그거고, 이자를 내나 임대료를 내나 그게 그거니 그러면 돈은 돈대로 나가고 집만 뺏기는 건데 무엇이 해결되나. 치솟는 전셋값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내놓은 것도 세입자 대신 집주인이 전세금 대출을 받고(그럴 집주인도 없겠지만) 그 이자를 세입자가 내게 한다는 건데 그러면 전세금 대출은 집주인의 부담이 되고 세입자의 부담이 아니라는 건가.
초등학생도 이게 아니라는 건 알 것이다. 박 후보와 박 후보의 정책 브레인들은 그걸 모른단 말인가. 핵심은 이자 부담을 줄여주든 이자 부담 능력을 키워주든 해야 하는 건데, 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한마디도 없었다. 만약 이자 부담을 줄여준다면 누가 대신 그만큼 부담해야 하는데 거기에 대해서도 일체의 언급이 없었다.
문제만 생기면 ‘개그콘서트’의 ‘꺾기도’ 하듯 이름부터 바꾸는 박 후보 식 문제해결 방법을 여러 번 목격했다. “내가 아니라면 아닌 것이다”는 식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여러 번이다. 박 후보의 ‘집 걱정 없는 세상 종합대책’을 보면서 한 유명 개그프로그램의 대사가 연상되었다. “집 문제가 심각합니다. 집 걱정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집을 없애야 합니다”라는 식이다. 이런 사고방식으로 국정을 끌고 나갈 것인가. 박 후보와 박 후보를 돕는 브레인들의 인식 수준이 이 정도라면 박 후보의 수권능력이 심히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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