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안철수 후보의 통 큰 결단으로 야권의 파국은 겨우 면했다. 국민들에게 더 이상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안 후보의 결단으로 단일화를 둘러싼 야권 후보 간의 갈등과 대립은 끝났는지 모르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 이대로 끝나면 국민들에게 또 다른 상처만 줄 뿐이다. 안 후보의 결단은 반드시 ‘성공한 아름다운 단일화’로 결실을 맺어야 한다. 정권교체, 시대교체, 그리고 정치쇄신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저버리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젠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와 국민에게 통 큰 결단, 자기희생의 결단으로 화답할 차례다.
안 후보는 자신이 떠난 그 자리에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낸 새 시대에 대한 갈망, 새 정치에 대한 염원을 더욱 크게 남겨 놓았다.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남긴 숙제다. 사실 이것은 문 후보 본인의 숙제이기도 했다. 문 후보와 민주통합당은 원하던 후보 단일화를 얻었으니 이제 혼신을 다해 그 숙제를 풀어야 한다. 국민에 대한 의무이고 안 후보에 대한 도리다. 문 후보는 안 후보의 사퇴 소식을 듣고 “정치혁신과 새 정치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한다”고 하였다. 그래야 한다.
그럼 문 후보와 민주당은 무엇을 해야 하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문 후보는 “마누라만 빼고 다 바꾸고”, 민주당은 “문고리만 빼고 다 바꾼다”는 각오로 민주당을 완전히 쇄신해야 한다. 나눠먹기식 패권주의 정치를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한다. 모든 기득권을 하루빨리 내려놓아야 한다. 욕하면서 배운다고 보수 기득권 정당을 욕하면서 그들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민주당 아닌가. “혁신”은 내팽개치고 “통합”해서 나눠먹기 하다 지난 총선에서 패한 것이 민주당의 “혁신과 통합”이 아니었나.
정치권의 기득권 장벽 앞에 참신한 정치인재들이 좌절하고 정치판의 혐오스런 구태에 유능한 인사들이 정치에 등을 돌리는 것이 우리 정치의 실상이다. 국민의 아픔과 염원이 수렴되지 않는 것이 우리 정치의 실상이다. 이제 진정 정치를 쇄신하라. 민주당을 진짜로 “혁신”하라. 낡은 인사들은 이제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봉사한다는 심정으로 정치판을 떠나라. 정치판의 특권과 이권 구조를 혁파하라.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 마치 타락의 첫걸음인 것처럼 생각되지 않도록 정치판을 정화하라. 참신한 정치신인들과 유능하고 덕망 있는 인사들이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깨끗한 정치판을 만들라. 그리고 20대, 30대의 ‘아픈 청년들’이 그들의 아픔을 호소할 수 있는 정치, 미래가 불안한 40대와 노후가 불안한 50대가 그들의 심경을 호소할 수 있는 정치, 국민의 염원이 수렴되고 실현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정치를 만들라.
되돌아보면 문 후보는 정권교체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웠었다. 그 이유는 바로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그 더러운 정치판”이라는 생각 때문 아니었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정치판에 뛰어든 것은 싫든 좋든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짐작하건대 문 후보는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 또 우리 정치판에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문 후보는 정치판을 쇄신하는 데 국민들의 힘을 결집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에 대한 안철수의 “진심 어린 갈망”은 계속돼야 한다. 안철수 후보는 떠났지만 안철수는 떠나지 않았다. 문 후보와 안철수는 10년 동지라는 생각으로 둘이 같이 손잡고 정치쇄신에 힘을 합쳐야 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문 후보가 ‘민주정치쇄신 범국민특위’(가칭)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정치 기득권층이 주도하는 특위가 아니라 뜻있는 시민, 재야 전문가, 시민단체, 학자들이 주축이 된 진정한 정치쇄신특위여야 한다. 그리고 안철수를 위원장으로 모실 것을 제안한다. 필자는 그것이 “새 시대, 새 정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안철수에 대한 예의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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