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50대의 89.9%라는 경이로운 투표율과 박근혜 몰표가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갈랐다. 50대의 투표반란이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여러 가지 분석과 설명이 뒤따르고 있다. 50대의 정치성향을 말하기도 하고, 50대가 처한 불안한 경제상황을 말하기도 한다. 2030세대의 결집에 50대가 느낀 위협감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선거에서 세대간 충돌의 불길한 조짐을 느꼈다. 그것이 10년, 20년 뒤에 우리 사회를 갈기갈기 찢어 놓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마저 든다.
이번 대선에서 20~40세대는 허탈감과 좌절감, 그리고 심지어는 분노감마저 느꼈다. 정체되고 양극화된 사회를 바꾸어야 한다는 쇄신에 대한 염원으로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뜻을 한데 모았다. 그러한 자신들의 선택이 50, 60 이상 세대에 의해 여지없이 뭉개진 데 대한 허탈감이 매우 컸다. 미래를 책임진 세대가 원하는 것을 어찌 50 이상 세대가 그렇게 간단히 뒤집을 수 있느냐는 좌절감도 컸다. 자신들의 미래를 왜 50 이상 세대가 좌지우지하느냐는 반감도 컸다.
반면, 50 이상 세대는 어떨까? 40 이하 세대를 꺾었다고 승리감에 취해 있을까? 이 나라를 너희가 좌지우지하게 놔두진 않겠다는 오기가 발동했을지 모른다.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들도 불안했을 수 있다. 자신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40 이하 세대를 위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들이 젊은 세대를 꺾겠다는 생각만으로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결론은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는 40 이하 세대의 절대다수가 원하는 것을 50 이상 세대가 가볍게 꺾을 수 있는 사회로 접어들었다. 이번 대선 때는 20~40세대와 50 이상 세대의 인구 구성비가 60 대 40이었다. 그 비율이 2020년에는 52 대 48, 2030년에는 43 대 57, 2040년에는 37 대 63, 그리고 2060년에는 33 대 67로 변한다. 표의 세대간 불균형은 고령화 사회가 될수록 더욱 심해질 것이다. 2030년 이후에는 50 이상 세대가 표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시대가 된다. 50 이상 세대가 원하기만 하면 40 이하 세대가 무슨 반대를 하든 표로 밀어붙일 수 있는 사회가 된다. 40 이하 세대가 무엇을 원하든 50 이상 세대가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회가 된다. 생산적 세대는 일만 하고 비생산적 세대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
지금의 20~40세대가 10년, 20년, 30년 뒤에 나이가 들어 50대가 되면 정치적 성향이 어떻게 변할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모른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원하는 보수화 성향을 보일 수도 있다. 반대로 의료·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진보적 성향을 보일 수도 있다. 고령화 사회가 어떤 정치지향으로 기울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중요하지도 않다. 선거 판세는 노인들이 결정할 것이고, 정당들은 무엇이든 노인들이 원하는 대로 할 것이다.
열심히 일해서 세금 내는 40 이하 세대의 운명을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50 이상 세대가 결정하는 정치구조, 부담은 40 이하 세대가 하고 혜택은 50 이상 세대가 누리는 정치적 결정은 엄청난 갈등을 야기할 것이다. 50 이상 세대가 자신들도 젊을 때 이미 자기 몫의 부담을 했다고 강변할지 모르지만 그것으로 젊은 세대가 느끼는 불만을 잠재울 수는 없다. 표를 가진 50 이상 세대와 생산력을 가진 40 이하 세대가 충돌할 때 그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단지 정치사회적 갈등이 극심해질 거라는 것만 알 수 있다.
50 이상 세대가 투표장으로 몰려나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과거 세대가 과거 세대의 상징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아 미래 세대의 운명을 결정하기로 결정하였다. 이것이 40 이하 세대와의 갈등의 시작이라면 우리 사회는 이제 전쟁터로 들어선 것이다. 표 전쟁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50 이상 세대는 40 이하 세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는 것은 그들이기 때문이다.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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