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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동걸 칼럼] 위기의 근혜노믹스

등록 2013-02-03 19:20수정 2013-02-03 22:01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춘추전국시대에 송나라의 저공(狙公)이란 사람이 원숭이를 많이 기르고 있었다. 그런데 원숭이 먹이가 부족하게 되자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앞으로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겠다”고 하였다. 이에 원숭이들은 몹시 화를 내며 아침에 3개를 먹고는 배가 고파 도저히 못 견딘다고 거세게 항의하였다. 그러자 저공은 “그렇다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하였다고 한다. 독자 여러분도 잘 아는 조삼모사(朝三暮四)의 고사다.

아직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지금 논의되고 있는 박근혜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을 보면 영락없는 조삼모사다. 많은 불만과 반발을 야기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욱한 원숭이들은 대단히 좋아하였다고 하지만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에는 미안하게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원숭이가 아니었다.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른 사람들이 50대와 60대 이상 유권자들이었고 박 후보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 선거 때야 화수분이라도 끼고 앉아 있는 것처럼 그 사람들에게 무슨 약속인들 못하겠는가. 대통령 선거를 한달쯤 앞두고 대한노인회를 방문한 박 후보는 다급했던지 65살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해 버렸는데, 선거가 끝난 지금 다시 차분히 들여다보니 거기 드는 돈이 엄청나고 옆에 끼고 있는 줄 알았던 화수분은 없으니 난감해졌다. 그래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편법을 짜내고 있는 모양이다.

국민연금에서 일부 빼서 쓴다고 했다가 반발이 심해지자 세금으로 주겠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런데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들은 앞으로 기초연금을 더 받으면 총액이 조금 늘기는 하겠지만 말이 기초연금이지 그중 일부는 실제 국민연금인데 이름만 바뀐 셈이다. 또 말로는 세금으로 준다고 하지만 결국 이 부분만큼은 국민연금에서 빼서 기초연금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국민연금 혜택을 못 받는 어려운 처지의 노인들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기초연금이 매우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국민연금 수급자들이라도 대부분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것은 매일반이다. 특히 지역가입자들은 매달 18만원씩 10년을 내야 65살 이후에 겨우 월 22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한푼도 내지 않고 매월 20만원씩 받을 수 있다면 심각한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도 노후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지역가입자들의 국민연금 탈퇴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이들의 근거 있는 불만을 해소하지 못하면 기초연금 제도는 심각한 도전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박 당선인이 자기를 뽑아준 50대, 60대를 배신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서민들을 위한 박 당선인의 다른 정책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 당선인의 하우스푸어 대책, 렌트푸어 대책,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서는 필자도 본지의 칼럼 등을 통해 이미 그 허구성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이제는 드디어 보수언론들마저도 문제점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하우스푸어 대책, 하우스푸어 두 번 울리나”라든지, “렌트푸어를 위한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 현실성 떨어져”라든지, 또는 서민들의 가계부채 부담을 해소해주겠다는 국민행복기금의 경우에는 “지금 당장 30%대 고금리 대출을 받아도 조만간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하면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으므로, 대부업자는 금리 장사를 할 수 있는데다 나중에 원금도 돌려받을 수 있어 행복기금이 노다지”라는 등 그 비판이 제법 신랄하다.

대선 기간에는 언론사인지 정당 홍보지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편파적인 보도를 일삼던 보수언론들이 선거에서 박 후보가 이기자마자 한목소리로 성공한 정부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대선 공약부터 잊어버려야 한다고 조언하더니, 이제는 좀더 적극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비판까지 하기 시작했다. 보수언론들도 걱정이 되기는 하는 모양이다.

근혜노믹스의 위기다. 박 당선인은 이를 어찌 극복하고 ‘승자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나. 이 나라는 내 나라이고, 또 우리 모두의 나라이기 때문에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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