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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명수의 사람그물] 원전 마피아는 재앙이다

등록 2013-06-10 19:21수정 2013-12-16 17:02

이명수 심리기획자
이명수 심리기획자
요즘과 같은 ‘전문가 시대’에 전문가 집단의 탐욕과 맹신은 재앙으로 귀결된다. 그들의 권한과 영향력이 너무 커서 그렇다. 특히 원전처럼 방대하고 전문적인 영역에서는 전문가 집단의 주장이 절대적 존재감을 가진다. 원전 1기를 짓는 데 3조원가량이 필요하고 부품 수가 250만개에 이른다는 사실은 모두 원전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도출된 것이다. 토를 달기가 어렵다.

23기의 원자력발전소 중 일부가 불량 부품 사용으로 가동이 중단되었다. 주요 부품의 시험성적을 위조해 납품한 결과다. ‘천인공노할 중대한 범죄’라고 규정한 국무총리의 말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원전 사고라는 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전문가라는 자들이 개인적 이익과 자리 보전을 위해 저지른 일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모골이 송연하다.

1986년에 발생한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는 20세기 최대의 재앙으로 불린다. 2004년까지 100만명이 죽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들은 보름 뒤 전원이 사망했다. 현장에서 돌아온 남편을 단지 안았을 뿐인 소방관의 부인은 간경화증에 걸린 딸을 낳았고, 아이는 태어난 지 4시간 만에 죽었다. 부인도 곧 목숨을 잃었다. 사고 즈음에 태어난 아이들은 인간의 형상이 아니었다. 눈알이 없거나 뇌가 노출된 기형아들이 줄줄이 태어났다. 핵을 삽으로 떠내는 작업에 투입됐던 군인 수만명이 죽었는데 절반은 자살이었다. 살아 있는 이들은 정상적인 죽음이라도 맞이하게 해 달라고 절규했다.

지금까지도 체르노빌은 반경 30㎞가 금지구역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011년 대지진의 여파로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 후쿠시마도 반경 20㎞가 금지구역이다. 이미 인간의 땅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거기와 다르다고 항변하거나 외면하고 싶겠지만, 원전이 존재하는 한 그런 재앙의 시나리오엔 예외가 없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원전 전문가들은 탐욕과 맹신으로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부품을 납품했거나 묵인했다. 그들 사이에 통용된 유일한 암호는 황금교와 패거리주의였다. 돈이 모든 것이라고 신앙처럼 믿었으며 끼리끼리만 자리를 돌려먹었다. 다른 전문적 잣대는 뒷전이었다.

원전을 독점체제로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한국전력 자회사다. 납품 부품의 시험성적서를 최종 확인하는 한국전력기술도 한전의 자회사다. 국내 원전 부품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시험기관은 대한전기협회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 협회의 회장이 한전 사장이고 부회장단에는 한수원 대표, 한전 자회사 대표, 원전업체, 원전설비 시공을 책임지는 대표가 포진해 있다. 재판정에서 판사·검사·변호사의 역할을 모두 한 사람이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전 자회사 퇴직자들은 원전 업계로 옮기거나 시험기관 업체에 재취업하는 게 일종의 관행이었다. 서울대 특정 학과 졸업자들을 중심으로 정부 부처와 업계, 학계 인사들로 형성된 원전 마피아의 위세는 가공할 만하다. 모든 상식과 정상적인 절차와 공적 개념을 무력화시키고 집어삼킨 것처럼 보인다. 정부의 대대적인 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10년간 품질 서류가 위조돼 한수원에 납품된 부품은 561개 품목, 1만3000여개에 달한다. 명백하게 원전 마피아의 흔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핵위협에 분노하며 철저한 응징을 강조하면 뭐하나. 원전 마피아의 탐욕은 거의 방사능 피폭 수준의 재앙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하나회를 척결하듯 원전 마피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민 대다수는 특정 전문가 집단의 탐욕과 패거리주의에 미래를 저당잡히고 살게 된다. 그럴 수는 없다.

이명수 심리기획자, 트위터 @mepr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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