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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동걸 칼럼] ‘관료혁신 3개년 계획’부터 하라

등록 2014-02-23 18:45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내일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한다고 한다. 취임 1주년에 맞추어 대통령이 ‘직접’ 핵심 내용을 발표하고, 또 국민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의 호소력이 약해질까 봐 연단에 ‘서서’ 발표하고 그것을 방송으로 ‘생중계’한다니 박 대통령이 정말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는 하는 모양이다. 정권의 명운을 건 것처럼. 연출 효과는 틀림없이 만점일 게다.

박 대통령은 발표 준비에도 열심이시란다. 주말 내내 ‘열공’을 하신다니 정말 애를 많이 쓰신다. 그런데 혹시 ‘경제혁신’의 내용보다 발표에 더 애를 쓰시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내용도 ‘애먼 데’ 애를 쓰시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박 대통령이 ‘경제혁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3개년 계획’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거기에 집착한다면 그건 큰 문제다. 일을 망칠 게 분명하다.

필자가 점쟁이가 아니니 내일 발표될 3개년 계획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는 맞힐 수가 없고 단지 대통령의 그동안의 언행이나 이 정부의 행태로 미루어 조금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무엇이 빠졌는지는 확실히 몇 개 맞힐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바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그리고 관료개혁이다.

우리 경제가 혁신경제로 탈바꿈하려면 혁신을 가로막는 우리 경제의 고질병인 재벌체제와 관료조직을 먼저 개혁해야 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3개년 계획은 분명 경제혁신을 군사작전 하듯 계획경제 식으로 할 테고, 그러면 박근혜 정부는 필히 혁신작전 명령을 수행할 야전부대로 재벌대기업과 관료조직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말만 했지 애초부터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관심이 없었다는 게 드러났고, 그리고 취임 초부터 보여준 관료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미루어 보건대 관료개혁은 꿈에서도 꾼 적이 없었겠지만, 만에 하나 설혹 그랬다 하더라도 이제는 박근혜식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때문에 절대 재벌개혁과 관료개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계획경제 식으로 혁신을 한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에 안 맞는 반혁신적·몰창조적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혁신경제, 창조경제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단언컨대 재벌개혁과 관료개혁이 빠진 박근혜식 경제혁신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앞으로 몇 년이 우리 경제를 혁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이 소중한 기회를 황당한 3개년 계획으로 허비하다니.

비록 박근혜 정부가 허언으로 국민들을 농락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그동안 이미 많은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관료개혁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 이에 필자는 이제부터 당분간 기회 닿는 대로, 그리고 지면이 허용하는 대로 몇 차례에 나누어 관료개혁에 대해 논해보려고 한다.

예를 들면, 우리 관료조직은 도대체 어떤 집단생리를 가졌기에 스스로 이익단체화했는지, 어떻게 기득권 집단화했는지, 재벌 등 다른 기득권 집단과 어떻게 이익 카르텔을 구축하는지, 왜 규제는 제대로 안 하고 대신 피규제기관의 이익을 대변하는지, 그래서 관료집단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어떻게 국민의 이익을 희생시키는지, 직업공무원 제도의 원래 취지와 달리 왜 관료조직은 보수정당의 전위부대 노릇을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지, 관료조직이 왜 우리 경제혁신과 사회발전의 장애요인이 되었는지 등을 필자 나름대로 설명해보겠다. 적어도 중상위 관료들을 기준으로 보면 이게 우리 관료조직의 병폐다.

이런 병폐를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논할 것이다. 직업공무원 제도와 공무원 임용고시 제도가 오히려 사회적 해악만 쌓고 있고 이를 고치려면 새로운 공무원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자 나름의 생각도 펼쳐보겠다.

앞으로 몇 번에 나누어 쓸 필자의 글이 관료개혁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관심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독자 여러분과 함께 중지를 모아 좋은 ‘관료혁신 3개년 계획’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아낌없이 박 대통령에게 주어버리자. 허황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신 하도록.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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