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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최저임금 후진국 언제까지? / 이현숙

등록 2015-03-01 19:46

사람은 왜 일을 하는가? 가장 공통된 이유는 ‘인간답게 먹고살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일을 해도 생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의를 기준으로, 한국의 저임금 노동자는 2009년 21%에서 지난해에는 25%로 늘었다. 오이시디 평균(2011년 기준) 16%에 견줘 높은 수치다.

올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시급 5580원, 월 116만원 남짓이다. 4인가족 최저생계비 167만원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를 보면,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노동자는 209만명, 최저임금 수준으로 받는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500만명가량이다. 전체 월급쟁이 4명 가운데 1명인 셈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앞둔 대한민국 ‘일하는 빈곤층’의 현주소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최저임금이 새삼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일하는 빈곤층’ 문제가 더는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새해 국정연설에서 시간당 7.25달러인 최저임금을 올해까지 10.10달러로 높이는 인상안을 내놓았다. 공화당의 반대로 주춤하는가 했지만 워싱턴주 시애틀 등 지자체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 법안이 통과되며 다시 시동이 걸렸다. 월마트 등 기업들도 잇따라 최저임금을 올려 오바마 대통령의 목소리에 힘이 더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지난해 최저임금을 시간당 780엔(7820원)으로 12년 만에 올렸다. 독일은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시간당 8.5유로(약 1만490원)의 최저임금제를 도입해 2017년 전국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중국은 베이징 등 주요 지역 중심으로 지난해 10% 이상 최저임금을 올렸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릴 계획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수준은 외국에 견줘 볼 때 낮은 편이다. 오이시디 통계를 봐도, 2012년 현재 우리나라 전일제 근로자의 임금 중간값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42%에 불과해 비교 가능한 20개 회원국 가운데 16위로 하위권에 머문다. 프랑스(61.5%), 뉴질랜드(59.9%) 등 60% 정도인 나라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최저임금이 현실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도 최저임금 개정법안이 계류 중이다. 야당에서는 최저임금을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선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최저임금 인상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여당이 최저임금을 올리면 일자리가 줄고 기업 경영도 어려워진다는 경총 등 재계의 입장을 옹호하며 법 개정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의 여러 실증연구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에 미치는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의 이직을 줄이고 조직의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등 긍정적 기능이 있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을 높여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도 효율성 임금이론으로 최저임금이 높아지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입증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인간을 위한 노동이지, 노동을 위한 인간이 아닙니다. 노동은, 노동의 주체인 인간의 존엄성을 최우선 척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1년 노동칙령에 담은 말이다. 30년도 더 된 이 한마디가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던져준다. ‘인간다운 삶의 영위’라는 노동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가 성장과 효율 극대화의 그늘에 가려지지 않도록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경제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 시작으로 최저임금의 현실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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