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와 복지의 방정식, 어떻게 풀 것인가? 우리 사회가 ‘저부담-저복지의 틀’에서 벗어나려면 적어도 이 물음에 답하지 않고선 결코 가능하지 않다. 지난 주말 오후 몇몇 학자들과 이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갑론을박이 이어졌는데, 복지재정 확충을 위한 증세전략과 관련해 몇가지 주요한 포인트를 잡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수확이 적잖았다.
첫째, 이 방정식의 해법은 조세정치와 복지정치란 두 틀의 긴밀한 연관 속에서 풀 수밖에 없으며,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조세는 “공적으로 거두는 세금”인데, 누구한테서 얼마만큼을 거두느냐는 게 핵심이다. 그러니 거두는 것, 곧 세입을 두고 갈등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기에 정치적이다. 그런데 이 세입이란 게 분배를 염두에 두고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복지정치를 내포하고 있다. 조세와 복지의 방정식은 결국 조세정치와 복지정치의 고차함수인 것이다. 양재진 연세대 교수는 이런 맥락에서 증세전략을 제시하면서 ‘개인별 증세와 혜택의 연계성 강화’를 제시했다. 상대적으로 조세저항이 작은 국민연금과 실업급여 등 사회보험료를 인상하고 그 비례성을 강화하도록 해 현재의 낮은 소득보장 수준을 올리자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갖추고 있지 않은 아동수당이나 상병수당을 도입하면서 증세를 말하자는 한 토론자의 제안도 비슷한 맥락의 주장이다.
둘째, 증세정치는 유럽 복지국가의 어떤 나라를 살펴보아도 ‘아름다운 사회적 합의’의 드라마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그것은 모두 정당 간의 갈등과 타협의 결과였다. 따라서 섣불리 이 방정식의 정답을 구하려 하기보다 적정한 해법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기에 이를 위한 방식으로 사회적 합의도 의미있겠지만, 여야 주요 정당들이 각기 구체적인 증세와 이에 연계된 복지 플랜을 제시한 뒤, 이를 놓고 싸우거나 타협하는 것이 실질적일 것이다. 이 과정엔 전문가와 함께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절차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정치궤도엔 특히 야권의 태도가 중요하다. 눈앞의 정치적 반사이익에 사로잡히기보다 한국 복지국가 발전이란 대승적 차원에서 사안을 다룰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사민당, 영국 노동당, 일본 민주당 등이 보여준 역사적 성과 또는 실패는 이 점에서 크게 참고할 만하다.
셋째는 증세를 위한 국민의 여론, 특히 중산층의 지지를 어떻게 얻어낼 것인가의 문제다. 국가와 세금에 대한 이들의 불신을 어떻게 최소화해 복지증세에 동의하도록 할 것인가, 이는 한국의 조세정치와 복지정치가 직면한 최고의 난제일 것이다. 스웨덴 국민은 복지를 위해 세금을 기꺼이 낼 수 있는 ‘깨어 있는 시민’의 사례로 언론이 흔히 거론한다. 진짜 그럴까? 늘 그랬을까? 80년대는 분명 아니었다. 1989년 스웨덴 시민 10명 중 6.5명이 세금 내기 싫다고 답했다. 당시 좋다는 의견은 10%뿐이었다. 2006년에도 세금이 싫다는 견해가 42%에 이르렀고, 2012년에야 이 수치가 22%로 급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부정적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었을까?
여러 추론이 가능한데,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효율적인 조세행정을 그중 하나로 든다. 올해 초 연말정산 파동이나 이전의 국민연금 파동 등은 실상 무능한 조세행정과 그릇된 복지행정에서 비롯된 측면도 컸다. 조세정의도 이런 태도를 바꿀 수 있는 핵심 열쇳말일 것이다. 기업의 과다한 사내유보금 과세와 자본이득세 도입, 사회보장기여금의 고용주 비중 인상, 소득세와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등이 이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할 내용들이다.
이창곤 콘텐츠협력 부국장 겸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goni@hani.co.kr
이창곤 콘텐츠협력 부국장 겸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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