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사회적경제 연수단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비영리 임대협동조합주택을 찾았다. 번화한 도심 바로 뒤편에 102가구가 사는 ‘로어 크릴’ 협동조합주택은 2002년 공공, 비영리, 민간 영역이 협력해 만들었다. 엔지오 활동가 로어 크릴과 지역주민 15명이 모여 주택협동조합을 꾸리고, 밴쿠버시는 시 소유의 주차 터를 60년간 빌려줬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는 건축비를 대출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섰고, 비영리인 비시 주택협동조합연합회는 주민들이 조합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조합원들은 주변 시세보다 절반 정도 싼 월세를 내며, 집값이 올라 쫓겨날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며 흡족해했다. 게다가 다양한 소득 수준의 가구가 모여 공동체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장점도 있단다. 연수단 참가자들은 우리도 이런 서민을 위한 주거모델이 있으면 좋겠다며 부러워했다.
최근 서울에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부담을 줄여주는 사회주택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사회주택은 협동조합, 비영리기업, 사회적 기업, 공익 재단 등이 공공자금을 빌려 건물을 짓거나 사들여 주거취약계층에 공급하는 임대주택을 말한다. 기존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은 재정부담과 사회적 편견 등으로 더 이상 늘려가기 어렵고, 민간 건설사가 공급하는 민간임대주택은 저소득층 지원엔 한계가 있기에 대안모델로 나왔다. 함께주택협동조합,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등이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함께주택’의 경우 싱글족 대상 셰어하우스다. 성산동 주민 33명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동네에 낡은 집을 사서 1인가구 공동주택으로 만든 뒤 임대를 주고 있다. 자금은 조합원 출자금과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인 ‘소셜 하우징’ 대출금으로 충당했다.
서울시의 수요자 맞춤형 임대주택도 사회주택 개념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가 부지와 건물은 제공하고, 운영과 관리는 입주자가 협동조합을 만들어 직접 한다. 서울시의 8만호 임대주택 공급 계획의 하나로 시작해, 현재까지 1, 2, 3호가 공급됐다. 가양동 ‘이음채’ 육아형 협동조합주택,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주택, 홍은동 ‘이웃기웃’ 청년 협동조합주택 등이다. 서울시가 입주 지원 신청을 받아 후보 가구를 선정하고 ‘주거협동’ 관련 교육을 한 뒤, 입주 계획서 등을 받아 최종 입주자를 선발했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보다 50~70% 싸고 임대기간도 최장 20년으로 길다. 공동체를 만들어간다는 장점도 있다.
정부도 사회주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사회적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사례 검토 및 정부 차원의 지원방안 모색에 들어갔다.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져 서민의 주거비 부담 증가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다각적인 대안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산층을 겨냥해 내놓은 ‘기업형 임대주택’ 정책이 저소득층을 외면했다는 지적에 대안으로 ‘사회주택’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사회주택 공급은 이제 막 첫발을 뗐다. 독일,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사회주택이 전체 임대주택의 10~30%를 차지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개념조차 낯설다. 현재 선보이고 있는 시범사업도 규모가 매우 작다. 하지만 서민층 주거안정을 위한 의미 있는 주거모델로 사회적 파급력은 적지 않다. 더 많은 사회주택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사회주택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제도도 보완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밴쿠버의 임대협동조합주택처럼 민관의 탄탄한 협력이 꼭 필요하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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