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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현영철 첩보’와 ‘정보장사꾼 국정원’ / 김보근

등록 2015-05-17 19:00수정 2015-05-17 20:42

북한 ‘조선중앙티브이’가 지난 11일 방송한 기록영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인민군대 사업을 현지에서 지도, 주체 104년(2015년) 3월’에 지난달 30일 숙청한 것으로 전해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둥근원)이 등장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티브이’가 지난 11일 방송한 기록영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인민군대 사업을 현지에서 지도, 주체 104년(2015년) 3월’에 지난달 30일 숙청한 것으로 전해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둥근원)이 등장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 숙청설’ 보도 과정은 ‘비정상적인’ 현재의 국정원 모습을 대중들에게 그대로 드러내 보여준다. 우리나라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확인 안 된 첩보로 본격적인 ‘정보장사’에 나선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국정원은 지난 13일 오전 8시30분 국회 정보위에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반역죄로 총살됐다”고 보고했다. 보고 날짜를 급히 잡느라 여야 의원도 별로 모이지 않았고, 보고도 30분 만에 가지고 온 자료를 읽는 수준에서 끝났다고 한다. 그리고 1~2시간 뒤 국정원 북한부장은 견학차 국정원을 방문한 기자 30여명에게 같은 내용을 브리핑했다. 이 자리에서 한기범 1차장이 직접 나서 기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현영철 총살설’에 대해 부연설명까지 했다고 한다. 국정원을 단순히 둘러보는 것으로 알고 몇주 전 견학 신청을 했던 기자들은 뜻밖에 주요 뉴스거리를 얻은 것이다. 국정원은 ‘현영철 처형설’에 대해 아직은 첩보 수준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이는 곧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이후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에서 주요 뉴스가 됐다.

이런 행보는 2013년 12월3일 국정원의 장성택 실각설 보고 때와도 또 다르다. 그때도 국정원은 언론플레이로 의심되는 행동을 했지만, 지금처럼 노골적이진 않았다. 이번 언론플레이는 국정원이 정보기관으로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것이다.

무엇보다 국정원의 이런 언론플레이는 국정원 본연의 임무를 고려할 때 부적절하다. 국정원은 국가의 발전 및 존위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 정보는 우선 청와대와 통일부 등 정부에 보고되고 ‘국가전략’을 짜는 데 활용돼야 한다. 그렇게 ‘음지’에서 일하면서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국민이 기대하는 ‘진정한 국정원’의 모습이다. 그런데 국정원은 지난 대선 때의 댓글공작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자,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깜짝쇼에 더욱더 치중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것은 이미 규모가 큰 흥신소이지 국가 정보기관이 아니다.

둘째, 첩보를 이용한 장사는 언젠가는 국정원의 신뢰도에도 큰 상처를 입힐 것이다. 국정원도 인정했듯이 현영철 처형설은 ‘정보’도 아닌 ‘첩보’다. 첩보를 이용한 장사를 접한 국민들은 국정원의 의도와 관련해 큰 의혹을 갖게 된다. 이번에도 ‘성완종 리스트를 덮기 위한 것’이라는 등 여러 의혹들이 떠다닌다.

더욱이 만약 첩보가 틀릴 경우를 상상해보라. 첩보는 틀릴 수도 있어 정보가 아니라 첩보로 분류되는 것이다. 가령 ‘현영철 처형설’이 틀린 첩보라면? 국정원이 입을 피해는 엄청나다. 더욱이 우리나라 전체가 세계로부터 받게 될 불신도 대단할 것이다. 남북관계의 희생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정보도 아닌 첩보로 장사를 감행한 국정원의 속내를 알기 어렵다.

셋째, 국정원의 이번 언론플레이는 국회 정보위원회의 위상과 관련한 논쟁도 불러올 것이다. 정보위는 국회가 국정원을 최소한으로나마 통제할 장치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번 ‘현영철 처형설’ 언론플레이를 보면, 국정원은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정보위를 마치 알리바이용 기구처럼 활용했다. 국민들로서는 이런 정보위가 왜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가질 법하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이번 국정원의 언론플레이를 흔히 이병호 국정원장 체제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그 첫 작품이 ‘잘 자랄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이 원장 체제의 국정원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더 높아지기 전에 국정원은 첩보장사의 유혹에서 벗어나 본연의 임무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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