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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청년수당’이 두려운 박근혜 정부 / 이상호

등록 2015-11-22 18:57

경기 성남시의 ‘청년배당’에 이어 서울특별시의 ‘청년활동지원(청년수당) 사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한쪽에서는 취업 기회조차 갖지 못한 청년들을 위한 획기적인 ‘이행 노동시장 정책’이라고 호평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놀고 있는 청년들을 쌈짓돈으로 유혹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새로운 정책에 대해 찬반 논란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최근 박원순 시장의 서울형 청년수당에 대한 정부 고위 관료들의 반응은 이상하리만큼 과도하다. 보건복지부가 사회보장기본법의 하위규정을 들어 절차상 하자를 들고나오더니,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취업성공 패키지 사업과 중복 가능성 등을 이유로 끝장토론을 하자고 나서고 있다. 한술 더 떠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청년수당은 명백한 포퓰리즘적 복지사업이라고 단정하면서 만약 강행하면 내년 지방교부금을 축소하겠다는 위협까지 내뱉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정도면 주요 부처 장관들이 누군가에게 자신의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해 정치적 쇼를 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청년수당 사업은, 미취업 상태에 있는 20대 청년 3000명에게 구직활동 계획서 심사 등을 전제로 매달 50만원씩 연간 최대 30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사업 내용은 획기적일지 모르지만 정부가 시행하는 청년활동 지원 사업과 견주면 규모는 극히 미미하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이렇게 과민반응을 보이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연간 수천억원이 투입되지만 체감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기존 청년일자리 사업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건가, 아니면 반강제적으로 끌어모은 수백억원의 ‘청년희망 펀드’보다 더 주목받지 않을까 시샘하는 것인가?

청년수당의 취지와 목적은 분명하다. 날로 늘어나고 있는 비구직 청년들을 노동시장으로부터 배제하지 말고 그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탐색하고 취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일정 기간 재정으로 지원하자는 것이다. 청년수당은 유럽연합(EU)이 청년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추진하고 있는 ‘청년보장정책’(유스 개런티)의 한국판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유럽재단의 ‘청년의 사회적 포용’ 보고서는 “청년이 학교를 졸업하고 자연스럽게 직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일자리의 정보와 자문 등 고용서비스 외에도 재정 지원과 시설 이용 등 직접적인 자원 제공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청년수당은 최근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의 ‘니트’(NEET)화를 억제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인 동시에, 청년층의 사회적 고립과 노동시장 이탈을 막기 위한 포용적 사회정책이기도 하다.

더구나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취업성공 패키지 사업 등과 같은 중앙정부의 정책과 충돌한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틀에 맞추어진 직업 상담 및 훈련에 적응하기 힘든 청년들에게 스스로 노동시장 진입 의욕을 높이게 하면서 사회참여 활동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청년취업 보완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청년취업난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중앙과 지방 정부는 경쟁이 아니라 긴밀한 협력관계가 필요하다. 주도권이나 관할 영역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듯한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금 정부엔 연간 90억원짜리 서울시의 정책사업을 훼방 놓는 데 정열을 낭비할 시간이 없다. 오히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2조원이 넘는 내년도 청년일자리 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고 부실화를 막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lshberlin06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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