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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인간의 감정들

등록 2016-03-14 19:15수정 2016-03-14 22:40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가 네 차례의 대국을 치렀다. 처음엔 알파고에 대해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점차로 이세돌 기사에게 관심이 옮겨가는 게 느껴진다. 승패의 결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인터뷰나 기자회견 같은 것조차 이세돌에게만 가능하지 않은가. 사람들은 이세돌을 진심으로 존경했다. 알파고는 우리의 존경을 얻기엔 가지지 못한 것이 너무도 많아 보였다. 더 이상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길 수 없게 되더라도, 우리가 알파고를 존경할 일은 아예 없거나 요원해 보였다. 그는 조마조마해했고, 바둑알을 손끝에 쥐고서 떨었다. 떨리는 손끝에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이 실려 있었으니, 그 손끝을 지켜본 사람들은 그 손끝에 마음을 주었다. 사람들은 패배에 대해 그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말을 할지가 궁금했고, 그는 가장 차분하고 가장 깨끗한 대답을 했다. 듣는 우리는 감탄을 했다. 당황하고 긴장한 표정, 잔뜩 찌푸린 미간, 초조가 극에 달했을 때에 담배를 피우며 보였던 뒷모습. 아슬아슬했던 순간들에 우리는 마치 내 일처럼 아슬아슬해했다. 그는 세 번을 졌으면서 마침내 이겼고 함박웃음을 보였다. 세 번을 졌으면서도 마침내 이길 수 있는 게 진정 인간의 모습이라는 말 따위는 할 필요도 없다. 이기고 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감정들, 수많은 긴장감들, 이 느낌들이 모이고 쌓여 인간에 대한 존경심으로 귀결되는 것을 알파고는 누리지 못할 것이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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