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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디어 전망대] ‘기자정신’이 만드는 민주주의 / 김세은

등록 2016-11-10 18:36수정 2016-11-10 21:13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연일 특종과 단독이 쏟아진다. 언론이 비로소 그동안의 불신과 폄하를 벗어나며 존재의 이유를 마음껏 과시하는 것 같아 고맙고 반갑다. 시민이 기대하는 언론의 역할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권력과 자본이 감추려고 하는 것을 끄집어내어 진실을 밝히는 것, 그래서 사회가 바람직하게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그 일을 하는 기자는 특별하고 소중한 직업이며, 그 어떤 직업보다 투철한 직업정신을 요구한다.

혹독하게 더웠던 지난여름, 마침 나는 여러 언론사 기자들을 만나 디지털 시대에 특종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저널리즘의 역할은 무엇인지 물었다. 신문 정기구독이나 본방사수 같은 말은 어느덧 ‘고어’(古語)가 되어버린 시대, 파편화된 기사들이 단 몇 글자의 제목으로 압축되어 클릭되기만을 기다리고, 제아무리 공을 들인 기사라도 포털에 오르지 못하면 사장되다시피 하는 모바일 환경에서, 기자들이 ‘정통한’ 특종의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비록 속보 경쟁에 매몰되어 오보를 내거나 취재윤리 문제로 논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 사회는 수많은 특종 덕분에 진전을 이루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재미나 취향만이 존중받는 이 가벼운 시대를 염려하며 특종이라는 묵직한 저널리즘을 통해 기자정신의 안부를 묻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특종은 ‘취재능력의 척도’로서, 기자 개인의 역량이기도 하고 조직의 역량이기도 하다. 특종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이든 조직이든, 시간이든 비용이든,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뉴스가 돈이 되지 못하는 구조에서 언론사들의 경영은 더욱 어려워졌다. 제한되어 있던 지면이나 방송시간이 거의 무한대로 늘어나면서 기자들의 업무 부담도 덩달아 늘어났다. 정통 저널리즘에 투입되는 비용과 인력이 줄면서 탐사보도 역시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정부고 기업이고 언론의 밀착취재에는 소송이나 고소로 대응하기 때문에 웬만해선 치고 들어가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특종을 하는 데 있어서 언론사 간 연합과 연대의 필요성을 부상시켰다. 복잡해진 사회, 경쟁이 심화되고 소송의 위험이 증대된 현실에서 특종은 더 어려워졌고, 그래서 언론사 간 협조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이는 타사 보도를 잘 받으려 하지 않는 관행을 벗어나야 가능한 일이다. 타사에서 먼저 터뜨린 기사를 “받아쓴다”는 것은 대단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며, 받아쓰더라도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추가 취재를 해서 슬쩍 묻어가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요 구습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박근혜 게이트’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는 고무적이다. <티브이조선>이 터뜨린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 건을 <한겨레>가 꾸준히 추적하면서 실체를 밝혀냈고, 최순실 태블릿피시라는 물증을 잡은 <제이티비시>의 보도는 거의 모든 언론으로 하여금 이 일에 뛰어들도록 이끌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렇게도 꿈쩍없이 버티던 후안무치한 대통령과 측근들을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 며칠 전에는 <조선일보> 객원기자가 찍은 우병우 사진을 한겨레가 받아쓰기도 했다. 언론은 이래야 한다. 비록 추구하는 이념과 이상은 달라도 그 기본과 목표는 오로지 저널리즘이어야 한다. 민주주의를 위한 언론의 역할과 소명에 충실할 때 권위와 신뢰도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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