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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디어 전망대] 전통 저널리즘과 대통령 ‘탄핵’ / 김춘식

등록 2016-12-01 18:08수정 2016-12-01 21:21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국민이 대통령 ‘탄핵’을 외친다. 이러한 상황은 미디어의 역할로 인해 가능해졌다. 판단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개인은 자신의 환경이 아닌 미디어가 묘사한 내용을 토대로 정치를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미디어를 통한 ‘타자’의 태도, 신념, 경험에 대한 지각 또한 시민의 정치 현실 인식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언론이 ‘최순실 게이트’를 폭로한 후 백만을 훌쩍 넘는 시민들이 광화문 촛불 집회에 참여하고 95% 이상의 유권자들이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러한 집합적 의견 표출을 관찰한 개인은 대통령이 더는 국정 운영을 책임질 수 없다고 판단해 탄핵은 필연적 귀결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둘째, 개인은 연결망을 맺고 있는 가족이나 이웃 그리고 직장 동료들로부터 정치 현실 인식에 유용한 정보를 얻는다. 아울러 에스엔에스(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려진 탄핵 관련 뉴스를 공유하거나 촛불 집회 참여 인증샷을 보면서 자기 네트워크 내에 있는 이들의 성향이나 의견을 대체로 정확히 추론한다. 그리고 그러한 판단은 개인의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에스엔에스 환경은 물리적 거리에 구애받지 않는 대인 간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 네트워크 내에서 공유하는 뉴스와 지인의 정치 의견에 대한 지각이 개인의 정치적 태도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진 셈이다.

한 민간인이 국정을 농단할 정도로 국가의 통치 시스템이 취약하고 비정상적인 경로가 제도화된 통로를 지배한다는 막장드라마 같은 뉴스를 접한 우리들은 분노와 모멸감을 느낀다. 민주주의 붕괴라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끼게 되면 시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러한 정서에 대처하려 한다. 무엇보다 위험을 피하고 두려움을 해결할 방책을 찾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는 평상시보다 더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아 나서게 된다.

‘최순실 게이트’에 관한 시민의 정보 탐색 행위는 이전에 우리가 경험했던 그것과는 크게 달랐다. 먼저, 과거의 유산으로 취급받던 종이신문과 비(B)급 방송으로 간주된 종편이 가장 앞장선 고발자이자 의제설정자였다. <한겨레>, <티브이조선>, <제이티비시>의 감시견 역할은 전통 저널리즘의 귀환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매우 인상적이었다. 둘째, 촛불 집회 참가자들은 진보 대 보수의 관점이 아닌 상식 대 비상식의 프레임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평가했고, 광장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분노와 모멸감을 넘어 희망을 공감하는 공간이었다.

지금 우리는 언론의 저널리즘 실천이 시민의 정치 관여 및 참여를 촉진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뉴스는 정치 대화의 소재를 얻는 원천이니 광장의 여론 형성 과정은 이에 의해 조건 지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시장의 원리가 지배하게 되면 가장 질 좋은 종이신문 뉴스의 수용자 규모는 줄어들게 된다. 가령, 2015년 종이신문 구독률과 열독률은 14.3%와 25.4%로 지난 20년 사이에 각각 55%포인트와 59.9%포인트 하락했다. 시민들은 언론이 제공한 뉴스를 통해 정치를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시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언론의 기본에 충실한 저널리즘 실천이 필수적이다. 제대로 된 저널리즘이 설 자리가 좁아지면 민주주의는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전통 언론의 저널리즘 실천을 지원하고 감시하기 위한 사회적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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