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언론의 공정성을 묻는 언론학자는 과연 공정한가? 미디어 업계의 여러 현안에 개입하는 언론 관련 학회들은 과연 독립적인가? ‘내부자’로서 대단히 조심스럽지만, 최근 이러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든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공영방송 이사로 있는 학회장 출신 교수를 향한 한 언론인의 비판이요, 다른 하나는 유료방송의 통신사 결합상품 판매를 다룬 언론학회 세미나에 대한 편향성 논란이다. 사실 이러한 비판과 논란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본질을 보기 위해서는 학자와 학회, 업계, 정권의 이해관계가 얽힌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학회가 학술공동체로 제 소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회의적 시선이 수년 전부터 부쩍 늘었고, 여기에는 무엇보다 비합리적 기준으로 대학의 기반을 흔들어버린 언론사의 대학 평가라는 외부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그러나 ‘자랑스럽지 못한’ 일부 학회장들의 행보와 외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학회 운영 방식 역시 중요한 원인이다. 지난해 11월 언론정보학회에서 언론학자들의 언론 관련 이사회·위원회 진출 현황을 분석한 연구가 발표되었는데, 특징 중 하나가 학회장 출신이 많다는 것이었다. 학회를 위해 봉사하다 보니 외부 요직에 나갈 만한 신망이 생겨나고 전문성이 강화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자리로 진출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학회장을 선택했다는 의심도 생겨난다. 물론 이러한 의심은 그가 학회장이 되기 전 어떤 학회 활동과 연구를 해왔는지에 따라 크기를 달리한다. 언론 분야 교수가 아무리 ‘용을 써도’ 갈 수 있는 자리는 높아봤자 공영방송 이사나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장) 정도다.(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문화예술위원회로 영역이 좀 넓어진 것도 같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언론학계에서는 그 ‘흔한’ 장관 한 명 못 냈다. 그래서 청와대 미래수석이 나왔을 때 이왕 하려면 저 정도는 해야지, 하는 자조가 나오기도 했다. 학회 윤리 차원에서 학회장 출신의 언론 관련 요직 진출을 일정 기간 금지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묵살되었다. 기자가 정치권으로 가는 것을 법으로 금지할 수 없듯이, 학회장 출신이 ‘바깥 일’을 하겠다는 것을 무작정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그들의 처신이다. 가서 잘하면 뭐 그리 문제가 되겠는가. 그렇지 못하니 말이 나고 탈이 난다. 더구나 언론 길들이기를 통해 조작과 왜곡을 일삼는 정권에서 정부여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에 갔다면, 굳이 항변하지는 말자. 학회의 주문형 세미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학회가 개입할 때마다 크고 작은 공정성 시비가 생겨나곤 했다. 디엠비(DMB) 도입을 둘러싸고도 말이 많았고,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씨제이헬로비전 합병을 추진할 때도 시끄러웠다. 학회가 시장이나 정책 현안에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의는 접어두더라도, 특정업자에 치우친 견해가 학회 세미나 자리에서 발표되는 것은 당사자를 넘어 학회의 독립성과 공정성 문제를 심각하게 야기시킨다. 청탁금지법 도입으로 학회의 운영 방식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언론 관련 학회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학술공동체로서의 본질과 역할을 회복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구체적인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언론도 그렇고 학회도 그렇고, 성찰하는 인간과 조직은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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