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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디어 전망대] 그들이 있는 언론 / 정재민

등록 2017-01-19 18:31수정 2017-01-19 20:34

정재민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

2013년 기자협회보에 ‘미디어 기업의 리더도 변해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벌써 4년 전 일이다. 디지털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끊임없이 온라인 유료화 실험을 진행해온 <뉴욕 타임스>의 발행인 아서 설즈버거. 디지털 시대에는 온디맨드, 상호작용, 개인화가 관건이라고 선언한 <비비시>(BBC)의 마크 톰슨. 취임과 동시에 모든 콘텐츠를 온라인에서 유료로 공급하겠다는 디지털 전략을 선언한 <에이비시>(ABC) 방송사의 밥 아이거. 24시간 계속 뉴스를 내보내겠다고 <시엔엔>(CNN)을 만든 테드 터너. 역시 24시간 날씨 채널의 창업자 존 콜맨. 접시 안테나를 트럭에 싣고 콜로라도의 산간마을을 돌아다녔던 디시 네트워크의 찰리 어건. 뉴욕 타임스의 탐사보도를 능가했다는 평가를 받는 <워싱턴 포스트>의 여성 리더 캐서린 그레이엄.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고 차별화된 경영전략으로 기업을 이끌어온 리더들을 언급했다. 반면, 국내 언론사를 들여다보면 주목할 만한 리더가 없다고 썼다. 대신 조직을 흥하게 하기는 어려워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가를 한 사람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최근 <문화방송>(MBC)를 들여다보면 한국 미디어 산업에서도 리더 한 사람의 힘이 참 대단하구나 싶다. 작년 한 해 우리 언론에 가장 많이 이름이 오르내린 사람은 문화방송 김재철 사장이다. 왜인지는 새삼스레 말할 이유도 없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 언론사에 참담하고 부끄러운 역사로 남게 될 것이라는 거다.”

오랜만에 극장에 가서 다큐멘터리 한 편을 봤다.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라는 제목의 다큐는 <와이티엔>(YTN)과 문화방송 해직 언론인들이 주인공이다. 낙하산 인사와 언론으로서 제구실을 하지 못함에 항거한 사람들이다. 각종 징계와 해직에도 굴하지 않는 그들의 지난한 투쟁 과정이 담겨 있다. 언론의 독립과 공정성을 지키자는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4년 전 칼럼에 등장했던 김재철씨를 화면으로 만났다. 참담하고 부끄러운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세월호 참사 때 언론은 정부 발표만 받아쓰다 기레기가 되었다. 기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붕괴에서 비롯되었다. 해직 언론인들이 국토 순례를 하면서 쌍용차 노동자들을 만나고 제주 강정마을을 찾는다. 그동안 우리 언론이 비추지 못했던 곳들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사실 이 다큐의 주인공은 그들을 통해 본 지난 세월 우리 언론의 현실이었다.

탄핵정국, 새 정부의 조직 개편에 대한 논의들이 나온다. 그 안에는 미디어 기구 관련 내용도 포함된다. 어떤 형태가 되든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은 해직 언론인뿐 아니라 현장에서 쫓겨나 있는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일이다. 기자는 기사를 쓰고 피디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을 보려고 표를 예매하다가 개봉관이 너무 없어서 당혹스러웠다. 극장에 들어가서는 당혹스러움이 안타까움으로 바뀌었다. 단 54석짜리 작은 개봉관이었다. 상영관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었을 거다. 이 다큐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한 사람인 최승호 피디가 만든 <자백>을 보면서도 가졌던 바람이기도 한데,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을 한 사람이라도 더 보기를 소망해본다. 그리고 우리가 볼 다음 다큐의 제목은 ‘그들이 있는 언론’, 그래서 ‘그들과 함께하는 세상’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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