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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디어 전망대] 돌아온 ‘폴리널리스트’의 계절 / 김세은

등록 2017-02-09 18:18수정 2017-02-09 21:44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뉴스가 더욱 반가웠던 것은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때문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공영방송 장악과 언론인 해직 사태에 깊숙이 관여했던 그가 20대 총선에서 실패하고 반기문 ‘외곽 지원세력’으로 다시 나타나 당당하게 인터뷰하는 순간, 혹시라도 그가 다시 언론정책에 손을 대는 날이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컸던 탓이다.

반기문 캠프에는 <중앙일보> 출신으로 박근혜 대선후보 대변인을 맡았다가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직행했던 이상일 전 의원도 있었다. 그 역시 20대 총선에 나섰으나 낙선했다. 이들 외에도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폴리널리스트’ 여럿이 20대 총선에 새누리당 후보로 나섰으나 모두 실패했다. 중앙일보 출신 김두우 전 홍보수석은 대구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고, <에스비에스>(SBS) 출신 최금락 전 홍보수석 또한 경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조선일보> 출신 김효재 전 정무수석은 공천을 받았지만 낙선했다. 이들이 꾸던 꿈은 무엇이었을까.

박근혜 정부에서 대표적인 폴리널리스트를 들라면 단연 윤창중과 민경욱, 강효상이다. 윤창중은 언론사와 정치권을 여러번 들락거린 발군의 폴리널리스트이며, 민경욱은 <한국방송>(KBS) 문화부장으로 오전 보도국 회의에 참석했다가 오후에 청와대행을 발표해 큰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다. 강효상은 잘 알려진 대로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 보도 당시 <티브이조선> 보도본부장이었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보도 당시에는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지냈다. 그런데도 비례대표 16번을 받아 턱걸이로 당선되었으니 새누리당의 대접이 영 소홀했지 싶다.

‘폴리널리스트’라 하면 흔히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을 떠올린다. 그러나 전체 국회의원 중 언론인 출신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역대 국회에서 언론인 출신은 20% 내외를 기록했던 16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서 19대와 20대는 9%에 조금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인의 정치권 진출이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달리 봐야 할 문제인지는 토론이 필요하겠지만, 어쨌든 이 수치는 일본(2%), 미국(2.8%), 프랑스(1.2%)는 물론 영국(6.1%)이나 캐나다(6.3%)와 비교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국회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대통령 후보 캠프나 청와대처럼 치열한 공개 경쟁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경로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국회의원에 떨어지고 다시 언론계로 버젓이 돌아오는 사례도 생겨나는 마당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또 얼마나 많은 언론인이 폴리널리스트로의 변신을 도모하는지 모를 일이다. 하루아침에 정치인이 된 언론인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이야기하기엔 그가 언론인으로서 수행했던 업무의 공공성이 너무나 하찮아 보이고, 정치적 소신을 내세우기엔 그로 인한 언론 전체의 신뢰 추락이 심각하다.

언론학자 존 메릴은 언론인이 실용주의와 권력, 성공을 좇는 이기적인 존재라고 간파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는 정파성 가득한 기사와 칼럼을 생산하는 언론인보다 폴리널리스트가 차라리 정직하다고 일갈했다. 책임 있는 뉴스 생산과 전문직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폴리널리스트가 언론인의 직업정신을 훼손하기 전에 엄격한 기준과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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