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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디어 전망대] 노인을 위한 정치가 없다 / 심영섭

등록 2017-02-16 18:14수정 2017-02-16 21:04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태평로를 사이에 두고 탄핵 찬성과 반대 시위대의 천막이 서울 도심을 가르고 있다. 매주 토요일이면 시청 앞은 태극기를 든 노인들로 가득 찬다. 시위 참가 노인 가운데 비교적 깨끗하고 반듯한 복장을 한 참가자는 일당을 더 받는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총동원령이 내려진 한국자유총연맹의 지부마저도 더 많은 경비지원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있다. 한때는 화려한 청춘이었을 그들의 뒷모습은 너무도 초라하고 우울하게 묘사된다.

동원된 시위대에 대한 시선은 늘 사늘하다. 사회적관계망에는 이들에 대한 조롱과 비난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은 그 이면에 드리워진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회원국 가운데 노인 빈곤율이 49.6%로 1위를 차지한다. 여기에 노인 자살률을 고려하면 노인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노인에 대한 복지정책은 대통령 선거 때만 반짝일 뿐, 선거가 끝나면 잊히고 만다. 2014년 성남시가 노인을 대상으로 기초연금을 도입할 때도 지지보다는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가 더 많았다. 과잉복지라는 주장이었다.

노인을 위한 복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2008년 참여정부 때 노인의 생활안정과 복지를 위해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했다. 그때까지 지자체의 취로사업이나 영세민 지원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노인복지제도는 없었다.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과잉복지가 역시 문제였다. 2012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보수정당 후보는 참여정부가 도입한 기초노령연금의 수혜 대상이 적다며,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의 연금을 약속했다. 현재 정부는 노인의 소득, 재산, 부양 의무자의 부양, 다른 법에 따른 지원 여부를 고려하여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부양 의무자가 있거나 자기 앞으로 소득과 재산이 있을 경우에는 기초노령연금을 모두 받을 순 없다. ‘보충성의 원칙’ 때문이다. 부양 의무자가 개인 사업 등을 이유로 노인 명의의 소득과 재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도 자산으로 잡힌다. 만일 부양 의무자가 빚에 못 이겨 잠적하거나 도망쳐도 책임은 오롯이 노인이 진다. 이혼율 증가와 부양 의무자의 실업으로 노인은 손녀손자의 양육도 종종 떠맡는다.

그래서 언론에 등장하는 노인은 보일러가 망가진 겨울철 골방에서 손주를 돌보는 가난한 모습이거나 시청 앞에서 푼돈을 벌기 위해 태극기를 흔드는 광적인 모습이다. 때로는 탑골공원과 주변을 맴도는 ‘황혼의 방랑자’ 정도이다. 그러나 노인 문제의 원인에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는 적다. 한국 사회에서 노인은 정치의 수단이거나 효율과 경쟁을 최고 가치로 생각하는 사회의 부담으로 여겨진다. 심지어 국민연금이 사기업의 불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용되었음에도 제대로 된 비판기사도 적다. 거대 광고주인 대기업 총수의 구속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국민연금 오용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나 보도는 없다.

누구나 자신의 과거와 신념에 관계없이 노년을 행복하게 설계할 권리가 있다. 그들이 과거 한국 사회를 위해 다양한 모습으로 힘을 실어주었듯, 미래에도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주체의 하나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노년의 빈곤과 불행을 양산하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이제 언론이 그 논의의 중심에 공론의 장터를 열어줄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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