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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디어 전망대] 여론조사뉴스의 여론 왜곡 / 김춘식

등록 2017-03-09 18:22수정 2017-03-09 21:30

김춘식
한국외대 정치행정언론대학원장

우리는 공동체 내의 다른 구성원들이 대통령 탄핵과 선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주로 여론조사 뉴스나 주변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궁금증을 해결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화 상대 또한 언론에 의존해 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타인의 생각이나 의견에 대한 인식이 정치적 의사 표현에 영향을 주므로 여론 관련 뉴스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생산되어 유통되고 소비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조사기관은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을 적용해 성별, 연령별, 권역별 표본수를 할당하지만 조사완료 시점에 할당된 목표를 이루는 조사는 드물다. 표본집단이 모집단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셈이다(전화조사 방법과 응답률은 또 다른 심각한 문제). 예를 들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3월3일 등록된 조사(등록번호 3523번)의 경우 남성의 목표할당 사례는 535명이었지만 조사완료 사례는 747명(139.6%)이었다. 연령대의 경우 20대(55.6%)는 과소 표집된 반면 50대(145.6%)는 과다 표집되었다. 기독교 세계관의 가치 구현을 창간목적으로 내건 신문(등록번호 3528번)이나 진보적 성향의 신문(등록번호 3527번), 그리고 신문과 방송을 교차소유한 언론기업(등록번호 3524~6번, 3530번)이 의뢰한 모든 조사에서 특정 계층의 과다 혹은 과소 표집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진다.

조사기관 관계자는 가중치를 적용해 결과를 보정하므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참여자가 조사 거절자보다 정치 의견 표명에 더 적극적이므로 응답률 7%대의 조사(종편·종이신문·개신교방송의 의뢰 조사, 등록번호 3524~6)에서 가중치를 통해 수치를 보정한다 해도 표집 편향으로 인해 수치의 의미가 왜곡되는 현상을 피할 수 없다.

표집 편향의 영향력은 조사 결과를 간접취재원으로 활용하는 여론조사 뉴스 생산 관행에 의해 더욱 증폭된다. 가령, 종이신문은 여러 건의 스트레이트 기사와 칼럼이나 사설을 생산하고 종편의 시사토크 프로그램 진행자와 참여패널들은 수치의 의미를 확대 재생산하며 취재 환경이 열악한 인터넷언론들은 이런 내용들을 가공하여 포털에 공급한다. 인터넷 뉴스 이용률이 73.7%에 달하고 이용자 대부분이 포털을 통해 뉴스에 노출(언론진흥재단 <2016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되는 뉴스 소비 환경에서는 이들 뉴스가 여론의 분위기 인식에 영향을 주고 그러한 인식이 후속 조사 결과에 반영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침묵의 나선 이론을 제안한 노엘레노이만은 누가 말하고 누가 침묵하느냐에 따라 의견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했다. 편향된 표본집단의 의견과 이를 주관적으로 해석한 여론조사 뉴스에 노출된 유권자들은 우리 사회의 의견의 분위기를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공직선거법과 선거여론조사기준을 위반해 중앙심의위원회가 “해당 여론조사 결과는 인용하여 공표 또는 보도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려도 사후심의 체계로 인해 잘못된 여론조사 뉴스의 생산과 유통을 사전에 차단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만약 언론이 여론시장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윤리의식이 결여된 조사기관과 더불어 사회적 통제력을 행사하면 대의 민주주의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의 여론 왜곡을 예방하기 위한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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